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연바라기 Oct 07. 2023

08. 들꽃을 그리려면 해야 하는 일

그림을 위한 출사



식물을 그리는데 푹 빠진 일상이 계속되었다. 어느덧 꽃집에서 가져오던 꽃 종류가 부족해졌고, 자연스레 제주에 피는 들꽃으로 시선을 옮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차를 타고 그냥 보이는 들꽃을 찍어보려 했다. 하지만 서울과 달리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제주에서 여자 혼자 마음 편히 사진 찍기란 생각보다 힘들었다. 어째서 찍고 싶은 들꽃은 저쪽 멀리 외진 곳에 있는 걸까. 




계획이 바꿨다. 제주에서 들꽃을 찍는 모임을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모임은 좀 피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은 보통 무례한 사람이 꼭 껴있는데 굳이 기분 상할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만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무례한 사람보다 꽃을 그리고 싶은 내 욕구가 더 컸다.


한참을 검색하고 나서 한 모임을 찾았다. 꽃에 진심이고 2차나 술자리 없는 모임. 딱 내가 찾던 모임이었다. 살짝 긴장한 얼굴로 가입신청을 하고 얼마 안 돼서 출사날에 참석하는 것까지 허락되었다.



첫 야생화 출사 모임


야생화 출사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 왔다. 그동안 모임의 사진을 보며 나도 복장을 갖춰 입었다. 다행히 서울에 있을 때 종종 등산을 했던 터라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있었다. 등산복, 등산신발, 모자, 장갑 등 야생을 파헤쳐도 문제없을 무장을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10명 안 되는 사람들이 모였고 대다수 어르신이었다. 아마 내가 제일 어린듯했다. 그래서인지 "아니 젊은 사람이 어떻게 여기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동!"

"이 야생화이름은 ○○입니다."

"찍으세요."

"자. 이동!"

"이 야생화는 귀합니다. 찍으세요."

"이동!"

.

.

.


제주 구석구석 오름, 바다, 숲 여기저기 찍고 이동하는 반복을 몇 번 했을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과 아주 잠깐 하던 대화는 야생화에 대한 주제가 전부였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모임이 끝났다.


사람들과 인사하고 차에 혼자가 돼서야 정신이 들었다.


'아... '

'너무 좋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보람찬 출사였다. 특히 모임의 회장인 어르신에게서 야생화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느껴졌다. 나는 첫 출사 이후로 계절이 바뀌도록 모임에 참석을 했고, 바람대로 제주의 들꽃들을 그리게 되었다.




제주에서 만난 식물들을 그리는 중입니다    <자연바라기 그림>









매거진의 이전글 07. 덮어두었던 욕망이 열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