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Aug 24. 2024

코로나 그 긴 후유증

어둠을 밝히는 새벽을 기다리며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어둠이 우리 집 안방까지 침투하고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부터 시작한 남편의 시름은 코로나가 여느 전염병처럼 약해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걸려 호된 아픔으로 남았던 역병의 흔적은

여전히 우리 집 안 곳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 나를 낚아채려 든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기세가 무색하게도.


어둔 구석진 곳에서 새빨간 눈을 부라리며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것만 같다.

다른 이들에겐 없을 후유증처럼 내 몸 어딘가에 남아있을 그 나쁜 녀석이

불쑥 튀어나올 것 같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수염을 기르겠다던 남편의 턱은 말끔하고 푸르스름하게 면도되었다.

언제나처럼 씩씩함을 가장해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도

파김치가 되어 퇴근하는 것도 똑같은 모습이지만



많은 것들을 서로 묻지 않고 말해주지 않으면서

봄을 지나고 여름 한 철을 다 보내고 있다.


겨울의 날카로운 바람만큼 아릴까.


미열과 기침으로 시작된 질병은 폐부 깊숙이 퍼져가며 목소리를 앗아가고

며칠간의 고열은 그 좋던 식욕도 앗아가 버렸다.

몸 곳곳으로 번져가던 통증을 특별한 약도 없이 타이레놀로 버텨가며  하루하루 격리된 상태로 비텨냈었다.


숨길 수 없는 몸의 통증처럼

하나둘 잠식해 가는 어둠.

코로나의 후유증이라면 언젠가는 없어져버릴 증상이련만,

그보다 더한 후유증으로 남아

우리 가족을 엄습하고 있는 어둠.


남편의 그 몇 마디가

아들의 그 몇 마디가

딸의 그 다급한 목소리가

이리도 질기게 어둠을 잡아당길 줄은 몰랐다.


겨울이 지난 자리에 찾아온 봄을 느낄 새도 없이

미열과 기침으로 시작한

우리 가족의 아픔은

이제 막 출발한 것인지, 끝자락인지 누구에게라도 묻고 싶다.


붙잡을 데라곤 눈에 보이지 않는 신 뿐이어서

하루종일 신께 매달리는 순간이라면

어둠이 막 시작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신을 찾은 게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데,

지금 신을 찾은 게 아니었다고

악다구니를 쏟아내면  

이젠 끝자락이라고 , 이젠 되었다고 달래주셨으면 좋겠다.

신이 있다면......


미열과 기침 뒤 몸살기운을 마주하게 되고

목소리만 돌아온다면

회복단계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 경험이 다른 경험으로 바뀌는 일이 없도록

오늘도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고

타이레놀뿐인 치료약으로 하루를 버티고

깨끗한 손수건으로 목을 감싸준다.


어둠을 벼리는 작은 달빛이 창밖으로 내비치는 날이 오면 신께 기도하는 두 손을 뻗어

내 방 창문을 활짝 열어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