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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Jun 08. 2024

일본 초등학생의 급식당번과 식육(食育)

먹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짬밥'이 되려면


 일본 TV 드라마를 보다가 깜짝 놀란 내용이 있었다. 드라마 주인공인 초등학생이 학교 급식당번이 되어 친구에게 불평불만을 떠들어대곤 무거운 국통을 들고 같은 반 학생들에게 밥과 반찬을 배식하는 광경이었다.


 ‘엥! 저런 꼬맹이가 급식을 배식한다고? 왜? 어떻게?’


 일본의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 지도하에 급식당번을 정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급식 배식 당번을 하도록 되어있는 모양이다.


 드라마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생의 처음 맡은 급식당번을 ‘급식당번 데뷔’라고 하면서 아이 엄마들은 자기네들이 더 긴장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자랑한다. 학교라는 조직에 들어가서 처음 맡은 사회 역할이라는 의미에 엄마들은 긴장과 함께 아이의 ‘첫 미션 완료’에 대견스러워한다.


2024년 초등학교 1학년생의 급식당번 데뷔 (자료출처 https://www.ryoutan.co.jp/articles/2024/04/96209/)


 급식당번은 청소당번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역할을 배정받는다. 총 10명에서 14명 정도가 한 조가 되어서 담임선생님의 지시에 맞춰 식기를 운반하는 당번 2명, 쟁반을 운반하는 당번 2명, 밥과 빵을 운반하는 당번 2명, 큰 반찬을 운반하는 당번 2명, 작은 반찬을 운반하는 당번 2명, 우유를 운반하는 당번 2명, 도우미 1명(알레르기 학생을 위한 음식 담당), 행주 담당 1명, 걸레 담당 1명 등 각자 확실하게 책임져야 할 일을 담당하게 된다.


 이때 선생님은 아이들의 불평불만으로 서로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이며 공평하게 담당할 일을 정하기 위한 급식 플랜을 잘 만들어야 한다.


“내가 더 무거운 걸 맡았어. 지난번에도 무거웠는데…”


“왜 나만 당번을 또 하는 거지?”


등등, 아이들에게도 있을법한 불만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급식당번’을 검색하면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신임 담임선생님이 시업식 전에 꼭 해야 할 일! – 급식 당번 표와 급식지도의 추천 방법’[1]

‘보기 쉽고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급식 당번 표’

‘급식 당번이 하는 일’[2]


신입교사를 위한 급식당번 표 사례( 初任者教員向けの給食当番表) 식기, 쟁반, 빵, 밥, 우유, 행주, 걸레 등의 담당표


 위의 내용에는 당번이 배식하기 전에 착용해야 할 옷과 두건, 마스크, 손을 씻고 절도 있게 움직여야 한다는 내용이 순서대로 매뉴얼화되어 있다. 재미있고 알기 쉽도록 사진과 일러스트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서 선생님들이 급식 당번 표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급식당번이 갖추어야 할 의복(급식衣, 모자, 마스크)을 설명하는 일러스트


 더 재미있는 것은 급식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과정을 타임 담당이 타이머로 시간을 잰다는 것이다. 약 3분 동안 급식의(給食衣 - 하얀색의 급식당번이 입는 상의)로 갈아입고 손을 씻는다→ 순서대로 줄을 서서 이동할 대열을 갖춘다→ 이때 당번 이외의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도록 한다. 이걸 또 기록한다.


 배식을 할 때는 창가에 앉은 학생부터 시작하며 선생님은 급식당번들이 동일한 양으로 마지막까지 음식이 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배식하는지 잘 살핀다. 혹시 먹는 양이 적거나 더 먹고 싶어 하는 학생은 별도로 선생님 앞에 쟁반을 들고 와서 자신의 음식량을 덜거나 더 담을 수 있게 해서 절대로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한다.


 밥을 먹기 전에는 ‘잘 먹겠습니다(いただきます!)’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여 음식과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한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먹게 하고 큰 소리로 떠들지 않도록 하며 밥을 다 먹으면 ‘잘 먹었습니다!(ごちそうさまでした!)’하고 인사를 하게 한다. 밥을 먹고 나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다니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한다.


 밥을 다 먹은 후 그릇의 정리 정돈과 우유팩의 처리 등도 철저하게 선생님의 지도하에 깨끗하게 끝낸다.


급식당번이 해야 할 일의 매뉴얼(배식과 정리 정돈)


 드라마에서 본 초등학생의 급식당번 장면 내용을 재미있다며 연구실 지도 교수님에게 이야기했더니 의외로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라'며 심각하게 반응하셨다.


 일본은 예로부터 가축을 키우거나 농작물을 재배하기 어려운 자연환경 속에서 먹는 음식이 귀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더욱더 물자와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전 국민에게 먹는 것에 대한 감사와 올바른 식생활을 하도록 교육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정부의 정책으로도 시행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식육(食育)’이다.


 이 ‘식육(食育)’이라는 글자를 인터넷에 검색을 하면 우선 제일 먼저 ‘농림수산성(農林水産省)’의 ‘食育推進(食育의 추진)이라는 것은’[3]이라는 내용의 홈페이지가 펼쳐진다. 그다음이 食育とは(식육이란)’


 농림수산성 다음으로 ‘식육(食育)’에 대한 내용의 검색 랭킹으로는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의 ‘べるが価値(먹는 것이 가치가 된다)’라는 내용으로 식육을 계몽하고 있다. [4] 


 이는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으로 그 핵심은 같다. 먹는 음식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남기지 않도록 하며 올바른 식습관으로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항상 유념하도록 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일본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급식 활동에서 배운 이 학습은 어른이 되어서도 음식을 먹을 때는 항상 어느 자리에서도 ‘잘 먹겠습니다(いただきます!)’와 ‘잘 먹었습니다!(ごちそうさまでした!)’라고 인사를 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을 기본 식사예절이라고 배웠기에 식탁 위의 음식은 작은 그릇에 소량으로 담아 식사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소식(小食) 한다고 말하지만, 일본 사람들 중에도 많이 먹는 사람도 많다. 다만 먹을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남기지 않도록 먹는다.


 우리나라의 음식점에서 배출되는 음식 쓰레기를 음식업 관계자들은 ‘짬’이라고 한다. 군부대에서 먹는 병영식을 말하기도 하며,  '잔반을 버리다'라는 의미도 있다.


 시간이라는 의미도 있다. '짬 나면 연락해!'


 경륜이라는 의미도 있다.


 '야! 내가 너보다 짬을 1년을 더 먹었어'

 '너 짬밥이 얼마나 돼?'


 식당에서 영업이 끝나고 버려지는 짬을 담는 커다란 드럼통을 ‘짬통’이라고 한다. 이 커다란 짬통은 하루의 영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기 전에 이미 여러개의 통에 남긴 음식물로 가득 차 넘쳐난다. 먹은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우리들의 현실이다.


 공부를 잘해서 1등이 되어야만 기억하는 우리나라에서, 우리도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급식당번'이라는 교육을 받을 ‘짬'만 있었다면, 먹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며, 지금 우리가 무엇인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훌륭한  '짬밥'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무엇인가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1] 참조: https://hiyokkonote.com/school-lunch/ 


[2] https://www.miyazaki-c.ed.jp/myz-togo-e/syoukai/touban/01.html


[3] 참조; 農林水産省食育とは。https://www.maff.go.jp/j/syokuiku/network/about/index.html


[4] 참조; 文部科学省 ‘べるが価値’ https://www.mext.go.jp/syokuiku/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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