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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Jun 16. 2024

집의 의미

  소설가 박범신은 어느 칼럼에서 집을 짓게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창문을 크게 내 집안에 햇빛이 쫙 들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속이 좁은 것은 너무 가난하여 좁고 어두운 곳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실상 건축가들은 이런 집을 짓는 것을 반대를 한다. 집이란 빛도 중요하지만, 어둠과 그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달이 없고 뜨거운 태양만 밤낮으로 계속된다면 사람은 물론이고 동식물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도 말한다. 집에 창이 너무 많아 환하면 아이들이 산만하다고.

  어린 시절의 집을 생각해 보면 알 것도 같다. 유년의 집은 포근함이 느껴지고 구수하고 달달한 밥 냄새가 나며 엄마가 있는 곳이다. 밖에서 놀다가도 집으로 향할 때는 정신없이 뛰어가 대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엄마를 먼저 불렀다. 집은 항상 빨리 가고 싶은 곳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 놀지 못해 형제들과 집에서 숨바꼭질을 했다. 광과 다락방이 있고, 사랑채도 있어 숨을 곳도 많았다. 숨어 있다가 그대로 잠들기도 했고, 부모님께 야단을 맞으며 다락방에 올라가 혼자 울기도 했었다.

  성인이 되어 방 하나를 얻어 혼자 자취를 했기에 집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 직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면 오래도록 깜박이는 형광등 불빛이 참기 힘들었다. 그 몇 초가 몇 시간, 아니, 며칠씩 어둠 속에 혼자 갇혀있는 쓸쓸한 기분이었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고, 식은 찬밥처럼 차갑고 외로운 곳이라 들어가기 싫어 친구들과 거리를 배회했다.

  이처럼 집이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집이 아무리 크고 좋아도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 불행하면 거기는 감옥이 될 것이고, 일간 초옥이라도 행복을 느끼며 산다면 천국이 아니겠는가.

  집은 밝은 빛도 필요하고 어둠도 필요하다. 그리고 집은 잘 가꾸고 꾸며서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지친 몸을 충전하는 곳이며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밥 냄새가 나는 곳이 가장 좋은 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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