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기일이라 절을 찾아 촛불 하나를 켜놓았습니다. 오빠가 떠난 뒤론 제사에 참석하지 않고 절을 찾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바로 옆에 또 다른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습니다. 그 촛불을 살짝 보니 초에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우리 아기 현아야, 엄마가 많이 사랑해. 꼭 다시 엄마에게 와야 한다.”
그 촛불은 어린아이를 떠나보낸 젊은 엄마의 애절한 염원이었습니다. 저는 그 촛불에 쓰인 글을 읽고 펑펑 울었습니다. 눈이 퉁퉁 붓도록 말입니다. 사람은 왜 태어나고, 왜 죽는 걸까요? 어느 현자는 사람이 태어났으니까 죽는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았으면 죽을 일도 없다는 것이지요.
어린아이도 다 아는 진리인데 왜 우리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가 아니기 때문이겠지요. 죽음에는 순서가 없기에 우리는 늘 죽음과 이웃하고 살면서도 죽음을 터부시 합니다.
떠나간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미는데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젊은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그래서 이렇게 망자의 혼이 어둠 속에서 길 잃지 말고 밝은 빛 따라 걷다가 극락왕생 하라고 촛불을 밝히나 봅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은 자신이 죽는 날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나약한 인간이 자신이 죽는 날을 알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은 물론이고, 우리들도 언젠가는 너도 가고, 나도 가고 영원히 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의 죽음을 마주하게 될 때 조금 더 초연해질 수는 없는지, 얼마나 더 마음을 비워야 그렇게 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