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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왜 남들에게 별것 아닌 것이 나를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는 걸까? 그 궁금점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에게 행복감이 느껴지게 하는 것들을 리스트로 적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였을까, 마치 나를 매뉴얼처럼 완벽히 숙지한다면 내 멘탈이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의 사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참 멘탈이 가루가 되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다시 살펴보면 이런 것들이 있더라.
아침에 마시는 흑설탕을 넣은 따뜻한 라떼, 조용한 재즈, 책 보기, 연분홍색, 연보라색, 컴퓨터나 스마트폰 보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 lo-fi음악, 강가를 산책하는 것, 약속 없는 날, 디저트 먹기, 좋아하는 사람과의 깊은 대화 등등.
그 이후로도 나는 어떤 것들이 싫은지, 어떤 것들이 나를 스트레스받게 하는지 늘 숙지하고 있으려 노력한다. 기분이 안 좋아지려 할 때 후다닥 저 리스트를 생각해 보며 바로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한다. 그럼 완벽하게 다시 좋아지진 않아도 한 40% 정도는 되돌아오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 자신의 자존감도 높여주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중심에 두고 나의 기분에만 맞춰 행동하다 보니 내 관점으로 봤을 때 틀린 것들에 대해 더 날카로운 시선을 갖게 됐다. 내 말이 맞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말이 맞겠지 라며 늘 맞는 자리를 남에게 내주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다 보니 내 말이 맞겠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것이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내가 형성해온 가치관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게 된 점이 마음에 든다.
그러다 보니 이 결과가 어디까지 가냐면, 쓸데없는 인간관계들에 더 이상 마음이 가지 않게 됐다. 이제는 아무나 시간 된다고 만나기보단, 만나고 난 후에 내 영혼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나는 사람들만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보니 솔직히 말하자면 몇 명 안 남는다. 그런데 마음이 조급하지 않다. 오히려 이런 결정을 내린 내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교류를 끊었는데도 아무런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 당연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시간은 너무나 귀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대해 내 자신이 무게감을 주게된다. 이것으로 이미 충분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