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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Dec 25. 2023

나에게 있어 퇴사가 갖는 의미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애정에서 비롯된 결심


 

 오늘은 퇴사를 주제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길게 풀어보려고 한다. 이미 퇴사 경험이 있거나 현재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의 퇴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퇴사를 마음먹게 된 계기나 그 명분이 아직 확실치 않다면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생계가 달려있는 영역이기에 말이다.




 올해 나는 인생 두 번째 퇴사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영어 강사로 일했다. 처음 그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고 부모님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만 했다. 전공과의 관련성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 부모님의 반대를 어느 정도 각오하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의외로 부모님은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나를 대견하게 생각해 주셨다. 나의 결의에 가득 찬 태도에 차마 반대할 수 없으셨던 걸까. 아니면 초등학생 무렵부터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길 바라고 계셨기에 내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신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순탄히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대학교 졸업식을 한 달 정도 앞둔 상태에서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다. 사실 비전공자인 나를 선뜻 받아주는 곳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었었다. 다행히도 졸업 직전 무사히 첫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영어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수능 당일에 원하는 성과를 이뤄냈던 나의 전적을 인상 깊게 봐주셨던 듯하다. 면접으로 대표님 앞에서 수업 시강을 진행한 뒤 바로 합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생처음 해보는 일이라 매일이 난관의 연속이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수없이 마주했으며, 그런 상황에 놓이기라도 하면 몇 날 며칠을 좌절감에 빠져 지냈다. 그렇지만 강사로서 처음 일을 해봤던 그 일 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고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건강상의 이유로 첫 직장에서 퇴사를 했지만. 그리고 반년이 흘러 지인으로부터 다시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전 직장에서 쌓은 경험들 덕분에 별다른 지장은 없었던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나의 일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날이 훨씬 많았다. 강사 일을 하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했던 건 맞지만 언제나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진심을 다해 가르쳤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온갖 어려움들을 겪어봤기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힘든 과정을 같이 해주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다행히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었던 건지 점차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공부에 관심이나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억지로라도 가르친 날에는 이 일을 이어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임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아이들에게까지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는 한 번 아이들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을 안겨주지 않아도 되는 학교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 큰 어려움이 없게만,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을 배우고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전부였다. 세상의 기대와 시선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멋진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컸다.


  나에게 올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면서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넓은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책을 통해 모르던 세상을 천천히 배워 나갔고, 책에 적힌 대로 살다 보니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지금의 내가 보고 접하는 세상은 너무나도 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큰 사람이 되고자 했다. 또 내가 사랑하는 제자들이 일찍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서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커졌다. 나는 그들의 특별한 멘토가 되고 싶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세상에는 성적보다 중요한 게 많다는 사실을 알려줘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학생으로서 공부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성적이 전부인 냥 세상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는 아이들이 학업 스트레스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생각이 많아지곤 했다. 살다 보면 언젠가는 무언가에 열과 성을 다해 몰두하는 시기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기가 꼭 지금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 무언가가 반드시 공부일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 몇 달 전부터는 SNS를 통해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을 투명하게 드러내서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 공부에 열정을 쏟고, 수업이 없는 오전 시간에는 틈틈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퇴근 후에는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모습뿐 아니라 항상 아이들을 생각하고 위하며 지내는 일상들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끊임없이 다양한 것들에 도전하고 바쁘게 움직이며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봐준다면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은 넓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 나의 퇴사는 제자들을 향한 사랑과 애정 어린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당시에는 갑작스럽게 학원을 그만둔다는 나에게 서운함을 느낀 학생들이 많았지만 언젠가는 소중한 나의 제자들이 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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