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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 Dec 18. 2023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힘이 되어준 사람은

나를 걱정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툭' 건넨 한 마디


 나에게는 가족을 제외하고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먼저 알아채고 곧바로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던 사람이다. 나보다 한참은 어린 친구이기에 최대한 티 내지 않고 힘들어하는 나에게 대뜸 손을 내미는 어른스러운 모습에 당황하기도 했고, 시간이 꽤 지난 지금은 그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올해로 자취를 시작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다. 워낙 독립적인 성격이라 대학을 졸업 후 취업을 하자마자 부모님과 따로 살기 시작했다. 조금 보수적인 가정에서 지내다 보니 독립과 자유를 무척 갈망했던 시절이 있었고 자취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몇 년간 여러 번의 이사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마음 붙일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심적으로 지치고 힘든 날이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퇴근 이후에 외로움과 우울감에 휩싸이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를 나름대로 극복하려는 차원에서 새로운 운동도 배우고 다른 취미 생활도 즐기려고 노력했지만 어딘가 공허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하루는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편의점에서 맥주를 한 캔 사서 집에 들어간 날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평소에도 즐겨하던 SNS에 달이 떠 있는 하늘 사진을 게시했는데 내 행동을 모두 유심히 지켜봤는지 친구 하나가 곧바로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혹시 무슨 힘든 일이 있느냐고. 나의 힘든 상황으로 인해 다른 이가 내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되는 게 그 누구보다 싫은 나였지만 그 당시에는 누군가의 걱정 가득한 한 마디가 정말 간절했었다. 아마 나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나는 그 질문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의외로 내 상황과 심정을 전부 쏟아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나와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일까. 이후로도 나를 틈틈이 챙겨주는 모습은 감동에 감동을 거듭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 평생을 다 써도 값을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이런 경험을 선물해 준 소중한 사람이 있었기에, 어느 날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눈에 띄면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나도 그랬듯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까 봐 자신의 아픔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분명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시절 다른 이에게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다. 요즘에는 시대가 좋아져 SNS를 통해 건강이 나빠져 고생하는 지인들이나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 내가 나서서 그들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힘들었을 때 소중한 친구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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