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보내고 개학을 하니, 아이들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서 시원해 보이는 아이,
바다에서 열심히 논다고 얼굴을 태워서 온 아이,
글자 읽는 실력이 는 아이.
그런데 그중에서도 이가 빠져 온 아이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난 참지 못하고 그 아이에게 질문 폭격을 내뱉었다.
"그 이는 언제 빠졌어? 어떻게 뺐어? 뺄 때 피 안 났어? 무서웠지?"
모든 어른에게는 아이인 시절이 있고, 모든 유치가 영구치로 변한 시절이 있다.
내가 어릴 때는 흔들리는 이를 실로 묶어서 빼려는 아빠를 원망하며 울고불고 소리 지르며 뺐다.
그리고 치과에 가서 이를 뺄 때도 그 위이잉 하는 소리와 치과 도구들이 무서웠다.
그래서 내게 치아를 뺀다는 건, 여전히 엄청난 공포 그 자체로 남아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강한 척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선생님한테 치아를 뺀다고 울었던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
걱정스러운 말투로 "아팠지?"라고 물어보면, "안 아팠어요. 피도 조금 나왔어요."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 수업을 하다가 한 아이의 이가 빠졌다.
지난번에는 계절의 다양한 색을 공부했다.
봄에 피는 꽃 색, 여름에 시원한 바다색, 가을에 단풍색, 겨울에 눈색 등.
이렇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은 색깔 술래잡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바닥에 색종이를 붙이고, 술래가 색깔을 외치면 그 색을 얼른 찾아야 술래한테 잡히지 않는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가지는 놀이시간이라 신이 나서 날쌔게 잘 뛰어다녔다.
나는 술래가 바뀌면 종을 쳐서 아이들에게 술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종을 치려하니 갑자기 어느 아이가 소리쳤다.
"선생님! 얘 이 빠졌어요!"
화들짝 놀라서 이가 빠진 아이를 쳐다보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놀라거나, 아파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이가 빠진 거야?"
"그냥 갑자기 빠졌어요."
"어디에 부딪혔어?"
"아니요. 원래 흔들리던 거였어요."
정말 다행이다. 난 친구랑 부딪힌 줄 알았다.
피가 조금 나길래 휴지로 닦게 하고 보건실을 보냈다.
수업을 하다가 별의별 일이 다 생긴 다지만 이가 빠지다니.
이가 빠져서 온 아이들만 보다가, 이가 빠진 걸 직접 목격하니, 애들은 애들이구나 싶었다.
그냥 해맑고 귀여워서 내가 깜빡했다.
너희는 성장 중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