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고, 계속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서 매주 가더라도, 좋은 사람이 있다.
난 혼자서도 잘 노는데, 그냥 내가 혼자 놀 때 옆에 있었으면 좋겠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난 결혼은 두렵다.
우리 부모님은 서로를 많이 사랑하셨고,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하셨다.
그런데 아들을 못 낳은 우리 엄마는, 시댁에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아빠는 일한다고 늘 집에 없었다고, 엄마는 어린 우리를 데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린 조카 둘과 함께 살았다.
그러면서 엄마는 심한 우울증에 걸렸다.
아들이었던 막내 손자만 예뻐하던 할아버지는, 막내가 놀고 나면 어린 나에게 장난감 정리를 시켰단다.
그럴 때면 난 엄마에게 가서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치워야 해?”라고 울며 이야기했단다.
그것 말고도 차별이 가득했다.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다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우리 부모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우리를 볼 때의 눈빛과 막내를 볼 때의 눈빛이 얼마나 다른지.
그런 일들이 반복되자, 우리 부모님은 사이가 안 좋아지셨다.
난, 은연중에 이런 생각들을 한다.
세상 모든 ‘시’ 자 들어간 존재들은 분명 며느리인 나를 괴롭힐 것이라고.
날 노예 부리듯 할 것이고, 집안의 대소사는 다 며느리인 내가 신경 쓰게 될 것이라고.
그래서 난 결혼하고 싶지 않다.
자신이 없다.
며느리라는 이유로 다 맞추며 착하고 사근사근하게 행동할 자신.
그렇다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낳아주고 길러준 분들을 무시할 배짱도 없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결혼을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