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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lee Oct 23. 2024

8. 동생아 결혼 축하해

아 저는 만나는 사람 없어요 죄송해요

세 살 어린 사촌 동생 연화가 결혼했다. 연화는 간호사였는데 고등학교까지 강원도에서 마치고 서울 소재의 간호대학으로 오면서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연화는 걸음마할 때부터 날 많이 잘 따르는 동생이었다. 같이 감자를 실은 리어카 끌었던 기억도 또렷했다. 연화가 서울에 혼자 상경해서 일한다 했을 때 안쓰러웠다. 먹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나이트 근무한다고 하면 병원에 데려다주기도 하면서 그녀의 사회생활을 응원했다. 어릴 때 심부름 많이 시킨 거에 대한 미안함도 쪼끔 있었다.



그런 동생이 결혼한다고 하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고 결혼식장이 강원도여서 행여 늦을까 봐 전날 동생과 결혼식장 근처 호텔에서 잤다.



식이 끝나고 식사하는 동안 외삼촌, 외숙모과 함께 연화와 신랑이 인사 다니는 시간이 왔다.

"연화야 결혼 너무 축하해! 너무 이뻐서 눈물 나ㅠㅠ. 외숙모 축하드려요"


외숙모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윤지는 동생한테 져서 어떡하니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지 너 그러다가 큰일 나"

옆에 앉아있던 이모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윤지야 좀 더 노력 좀 해봐. 회사 일 열심히 해서 엄마 용돈 주는 게 효도가 아니야! 애 낳으려면 지금 가도 늦어"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서 간 건데... 아무래도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갔나 보다.

"네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ㅎㅎ 진짜 쫌만 기다리세요 금방 데려올게요! 저 다음 달에 결혼한다고 할지도 몰라요! ㅎㅎㅎ"


나중에 엄마가 슬그머니 오셔서 말했다.

"윤지야 너무 마음 쓰지 마. 시골 사람이라 그래. 그리고 사람은 다 말실수를 하잖아. 너도 어디 가서 말실수할 수도 있는 거야. 너 맘에 담아두면 괜히 너만 힘들어. 저 외숙모는 다른 사람한테 가서는 살 좀 빼라고 몇 킬로 나가냐고 계속 물어보더라. 원래 저런 사람이야."


엄마 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엄마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니... 감동이었다. 그리고 내가 미안해...


잘못한 게 없는데도 미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엄마가 내 눈치를 보고 위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도 미안하고 친척들한테 저런 말 듣게 한 것도 미안했다.


"엄마 걱정 마! 보란 듯이 잘생긴 놈으로 델꼬올게!"

"그래 엄마 다이어트 해야 하니까 진짜 다음 달에 결혼하지는 말고 ㅎㅎ"



이 날, 현서가 말한 노오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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