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인생은 아름답다.
인생은 찬란하다.
누구라도 그렇다.
당신은 인생 어디쯤을 걷고 있는가?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돌아보시라.
나는 내 인생의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종종 인생을 일 년 사계절에 비유한다.
태어나 피우고 시들어 잠드는 인생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푸른 새싹이 돋는다고 화려한 꽃이 피어난다고
봄과 여름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닐 터이다.
봄은 아직 미숙하여 어리석을 수 있고
여름은 더위에 지쳐 자빠지기 쉬우니까.
그래서 원숙한 결실의 가을이 좋고
따뜻한 난로 가에 앉아 포근함을 만끽하는
겨울이 더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든 계절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우리는 그저 오늘의 계절을 사랑하고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그 대견한 각각의 계절에 풍덩 빠져 몸을 맡기면 그만인 것이다.
*
도래한 백 세 시대에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조금씩 단풍이 든 오솔길에 접어들어 저만치 아스라한 만추晩秋를 향해 걷고 있는 나를 본다.
문득 깨닫는다.
가을 속에도 매일 찾아오는 '하루'라는 선물이 있다는 사실을.
그 하루는 다시 나뉘어 아침과 낮과 저녁과 밤을 선사한다는 것을.
그리고 하늘은 명령하고 나는 그 명령을 듣는다.
나는 명령에 복종할 것을 다짐한다.
가을을 만끽하되 선물 같은 오늘 하루를 정성껏 살아내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
그래서 나는 다시 태어나기로 하였다.
한물가고 있는 중이지만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으니 정말 다행.
내 몸과 마음을 바꾸기로 한 스스로가 대견하여
노트북 자판에서 손을 떼어 머리통에 손을 얹고 쓰담쓰담해준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이다.
그러나 솔직히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늙음보다는 젊음을 좋아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내 것이 아닌 청춘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익어가는 중년의 원숙함을 찬미하기로 했다.
나를 아끼고 지금에 충실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괜한 것에 한눈을 팔고 정신이 빠져 소중한 나의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앞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아 유지하고, 최대한 가을을 늘려 느긋하게 걸으리라.
*
생각해 보았는가?
인생 어디쯤을 걷고 있는가를 말이다.
당신이 인생의 어느 계절을 걷더라도 이것 하나는 잊지 마시라.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위해
적어도 판도라는 한 사람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눈앞에 펼쳐진 인생길을 신나게 걸으며
빛나는 오늘을 찬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