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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판도 May 26. 2024

식당의 탄생

36. 선한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 4

  토요일의 아이 



  토요일은 정민이가 오는 날입니다(2021년 이야기로 그를 위해 가명을 씁니다). 고등학생인 정민이는 말수가 적은 남자아이로 어머니는 몽골인입니다. 마스터낙지에서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 외에는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많이 묻고 많이 알아 서로 친해지고 싶은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입니다. 



  정민이를 만나기까지는 ;

  2021년 1월이었습니다. 주민센터에 가서 나눔 가게 협약식을 가졌지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나눔 할 학생이 가게에 찾아오면 무료로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좋은 마음으로 시작하는 만큼 꾸준히 지속되길 바랐습니다.



  그렇게 주민센터에 결손가정아동 돕기를 신청하고, 정민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가게가 비교적 한가한 시간인 토요일 오후에 와서 식사를 하고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낯을 가리는 아이는 도시락으로 포장하여 가기를 원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난생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사춘기 소년에게 얼마나 불편한 일일까를요(더군다나 그날은 친구들과 싸웠는지 모자를 눌러쓴 얼굴은 상처 투성이었습니다). 


  7개월이 흘렀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 때문에 토요일 하루를 쉬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정민이도 하루 빠른 금요일 저녁에 오게 되었지요. 언제나처럼 주방에서 눈인사를 건네고 도시락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민이에게 도시락을 건네주고 들어온 초능력자가 활짝 웃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야, 정민이가 웃는 걸 처음 보네. 농담도 건네고 말이야. 세상 일이란 정말 아무도 몰라. 그 아이 웃음을 보게 되다니 말이야. 왜 내가  이렇게 행복한 거지?" 


  그 말을 들은 저 또한 무지무지 행복해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그때 저는 한참이나 망설였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식당의 탄생이라는 치열하면서도 소중한 저의 인생 일기에 자화자찬스러운 이야기를 쑤셔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민을 거듭하다 '선한 영향력 이야기'를 쓰는 처음의 취지를 다시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세상을 밝게 만드는 아주 작은 마음들이 이 사람으로부터 다음 사람에게 전해지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행복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글을 쓰는 저의 책임으로 감당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만 최대한 겸손함을 유지하며 식당을 경영하는 많은 분들이 쉽게 배우고 이어받아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담담히 퍼트려 나가고자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2024년 5월 현재, 토요일의 아이는 사라졌습니다.

오래전부터 오지 않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다 식당 문을 닫았습니다. 

주말이 지나 주민센터에 전화를 하고 다시 맞은 토요일, 정민이는 귀찮다는 듯 나타났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정민이의 엄마가 몇 번인가 그를 대신해 가게를 찾다가 결국은 토요일의 아이는 저희와의 인연을 끊었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이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저희에게 그랬다는 말입니다. 개인정보보호 따위의 사회적 규정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학생을 찾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몇 번인가 도시락을 받아가고는 발길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주민센터에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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