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노래 부르기도 좋아합니다. 음치, 박치에 고음불가이지만 노래를 부르면 행복합니다(고성방가는 당연히 삼갑니다^^). 물론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글을 쓸 때도, 책을 읽을 때도, 웍질을 할 때도(일이 힘들 땐 특히 더,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서), 잠자리에 들 때도 음악을 듣습니다. 장르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가요도 가곡도 팝송도 일본 노래도 중국 노래도 구분 없이 다 좋아합니다. 요즘은 재즈를 즐겨 듣지만 한 때는 락 뮤직에 빠져 지내기도 했지요.
그런 저에게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점방에서 음악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가게를 시작할 당시, 민속주점이었던 기존의 ‘국시집’이라는 상호의 식당을 인수하면서 벽에 걸려 있던 커다란 TV는 떼어 내고 대신 앰프와 스피커를 새로 달았습니다. 손님들이 TV를 보기보다는 멋진 음악을 들으며 식사하기를 바랐던 거죠.
개업 초기에 브레이크 타임이 없던 시절, 이전 국시집(이 가게는 상호처럼 국수도 팔았지만 ‘낮술 환영’이라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브레이크 타임 없이 전형적인 민속주점의 형태로 운영하여 술꾼 손님들이 많았습니다)의 나이 지긋한 단골손님들이 오낙(저희 식당 오늘도낙지)을 가끔 찾아 주셨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흘러간 노래들을 제법 많이 알고 있던 저는 그분들이 오면 DJ를 자청하여 구수한 옛 노래를 선곡하여 드리곤 하였습니다. 당연히 손님들이 좋아했지요(그때만 해도 순진해서 그들이 술에 취하면 갑자기 진상으로 돌변한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오시는 손님의 연령대에 맞추어 음악을 틀었습니다. 학생들이 오면 인디 밴드의 노래와 최신 가요를,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에는 시끄럽지 않고 노랫말이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비 오는 날에는 조금 센티한 재즈를…… 이처럼 고객의 연령, 직업, 날씨와 계절 등 환경의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음악을 선곡하였습니다. 돌이켜 보면 꽤나 번거로운 일인데 그때는 마냥 좋았습니다.
다른 산적한 일들이 많기 때문에(사실은 게을러진 게 맞습니다) 이전만큼 세심하게 선곡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낙지집에서 무슨 이런 노래가 다 나와?' 하던 손님들도 이제는 오낙에서 들리는 음악에 대해 관대해지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재즈는 기본이고 클래식도 마다하지 않으니까요.
지난 10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고 있습니다. 때 이른 캐럴에 손님들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와, 올해 캐럴은 오낙에서 처음 듣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어.'
하며 모두가 반가워하십니다. 12월에 접어들어 듣는 캐럴은 모두가 당연스레 여깁니다. 그러나 10월에 만나는 캐럴에는 기쁨과 설렘이 두 배가 되는 것이지요. 행복한 시간을 늘리는 마법이 음악에 숨어 있습니다.
무슨 일이건 대충대충 하면 그냥 대충대충으로 끝나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좀 더 정성을 기울여 보다 맛있는 음악이 나오는 오낙으로 만들어가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게을러지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