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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북스 Feb 07. 2024

치매 진단받은 남편에게 아내가 건넨 말

브루스 윌리스와 그의 가족들 (출처: 데미 무어 소셜미디어)
“연연하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그 사람의 과거와 여러분이 생각하는 사람,
여러분이 바라는 그 사람의 모습을 놓아버리면
현재의 기쁨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배우 데미 무어가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건넨 당부의 말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가족이 예전과 모습이 많이 달라져도,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과거에 매달리는 것은 환자에게나 가족들에게나 힘든 시간을 겪게 만들 수 있다고요. 그럼에도 치매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입니다. 브루스 윌리스의 딸도 한 토크쇼에 출연해 ‘치매는 가족병과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죠. 그런 와중에도 그녀가 “연연해하지 말자”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은, 전 남편인 브루스 윌리스가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그녀 역시 가까이에서 기꺼이 가족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치매 환자를 존중하는 일은 그를 ‘기능’적인 측면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가능합니다. 치매 환자를 기능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그야말로 구실을 못 하는 사람입니다. 치매 환자는 기억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인지 기능의 상실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치매 환자를 보면 치매 환자도 얼마든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치매이신 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는데 요양원에 가면 늘 베개를 등에 업고 계신다고요. 현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자신이 어렸을 때 밭일에 치여 어린 자신을 업어 주지 못해서 한으로 남았는지 그렇게 온종일 베개를 업는답니다. 누가 물으면 베개를 자신의 딸이라고 하고요.


이렇게 치매가 많이 진행되었어도 치매 환자가 가족을 비롯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치매 환자에게서도 인간만이 지닌 고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평생 나를 보살펴 주고 챙겨 주던 부모님의 모습이 너무 깊게 각인되어서, 어린아이처럼 이 닦고 세수하고 옷 입는 것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일이 영 낯설기만 합니다. 거기다가 입 속에 있는 음식 찌꺼기를 그냥 거실 바닥에 뱉는다든지 양념 치킨을 먹으면서 손을 아무 데나 비벼대는 모습을 보면, “엄마, 안 돼!”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될 것입니다.


그럴지라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돌보는 치매 환자가 부모든 배우자든, 아니면 내가 돈을 받고 돌보는 사람이든 이들은 현재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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