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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노북스 Oct 11. 2023

마흔이 되면 ‘부부가 서로 등돌리고 자는 이유’



모 방송국에서 전국의 결혼 20년 차 이상의 기혼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기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가끔 있다”가 48퍼센트, “있다”가 34퍼센트로 중년 부부의 82퍼센트가 배우자와 떨어져 지내는 생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애할 때와 결혼한 후에 무엇이 달라지는 것일까사랑이 변하는 것일까요아니면 사람이 변하는 것일까요결혼한 후에 좋은 일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못합니다. 부부로서 같이 살다 보면 완벽해 보이던 상대방은 어느새 원수로 변해, '내 곁에 있는 저 사람이 과거에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맞나'라는 의문과 '정말 내가 왜 저 인간을 사랑하는지 모르겠어!'라는 후회를 반복하게 하며, 서로에 대한 기대와 결혼이라는 환상을 산산조각 내버리죠.
 



‘부부’의 사랑을 지속하는 방법
어쩌면 10년 넘게 싸우고, 실망하고, 변하면서 결혼 생활을 한 마흔의 부부에게 설렘보다 익숙함이라는 감정이 더 앞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사랑 예찬》에서 사랑은 “지속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사랑은 한순간의 황홀한 감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지속하는 법을 새롭게 찾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마흔을 맞이하는 부부에게는 가장 뜨겁게 사랑했던 상대를 삶의 동반자로 새롭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특별히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마흔에 어떻게 둘의 사랑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마흔의 부부, '다시 사랑을 선언하라'


서로를 향하되 같은 방향을 바라보아라





 함께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면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관심이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작가 게리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에서 ‘함께하는 시간’이란 상대방에게 온전히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주 보며 이야기하지만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고 핸드폰만 보고 있다면 몸은 함께여도 각자의 마음은 혼자인 것과 다름없죠.

사랑한다면 서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주 보고 대화하면서 서로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죠. 상대방의 말에 진심으로 경청해 보세요. 둘만이 오붓하게 대화하며 산책을 한다든지, 외식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또는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를 찾아보기를 추천합니다.
 



결점까지 끌어안아라


미국의 심리 치료사 바이런 케이티는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에서 배우자의 결함은 곧 자신의 결함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배우자를 마주할 때, 사실은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어떤 사람일 것이라는 우리의 믿음을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바이런 케이티는 어떤 식으로든 배우자에게서 결함이 보인다면 그 결함은 곧 자신의 결함이라고 생각하라고 제안합니다. 배우자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관계는 괴로워진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관계의 중심은 나 자신입니다. 때문에 상대방을 비난하기에 앞서 '문제가 상대방에게 있는지, 아니면 관계 자체에 있는지, 자기 자신에게 있는지'를 먼저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서만 문제점을 찾는다면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결혼 생활이 될 게 뻔하니까요. 나와 노후를 함께할 사람과 행복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단점이 보일지라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사랑을 선언하라


알지 못했던 누군가와의 우연한 만남이 사랑이라는 필연이 된 순간에,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알랭 바디우는 사랑을 선언하는 것을 통해 우연한 하나의 만남이 필연이 되고, 지속성·끈덕짐·약속·충실성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생을 절반쯤 살아온 지금사랑의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는 마흔의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사랑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남은 삶을 함께할 반려자에게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 봅시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사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은 지속됩니다. 새삼스럽고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해 보세요. 사랑한다고 다시 선언할 때, 서로에게 했던 처음의 약속을 충실히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파리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은 황금 사과의 주인이 되기 위해 파리스에게 '인간이 좋아할 만한 최고의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파리스는 헤라의 권력과 돈아테나의 명예를 택하지 않고 아프로디테가 제안한 사랑을 선택하죠.



파리스의 판정은 보통, 무엇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지를 다루는 이야기라고 해석한다. 즉 이것은, 인생의 위기에 처하여 세 가지 원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인간의 상황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어느덧 마흔입니다. 노후를 준비하는 마흔에게 앞으로 50년 이상 삶의 동반자가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삶의 치열함과 인생의 덧없음 사이에서 방황하느라 정작 늘 나의 곁을 지키는 배우자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다면 다시사랑을 선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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