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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런 날 May 02. 2024

 행복의 결말

다가오는 행복을 움켜쥐지 않았다

오래전에 쓴 일기장을 펼쳤다. 길고 긴 슬픔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새해가 밝았다. 따뜻한 곳에 있으니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아 24살이 되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24살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23살의 나는 좀 더 발랄한 청춘을 살고자 했고, 잘 살아낸 거 같다.
 새로운 곳에 뿌리내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었고, 여러 가지 취미를 가졌고, 수영과 요가도 배워보고, 친구들과의 시간도 자주 가졌다. 영어공부를 많이 못해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 충분히 잘 해낸 한 해였다. 이렇게 가고 싶던 곳으로 긴 여행을 와 있기도 하고.
 행복이 계속되니 앞으로의 날들이 더 불안해진다. 행복을 너무 많이 써버려서 이제는 슬픈 날들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날로부터 사락사락 페이지가 넘어가고, 나는 결국 슬퍼졌다. 그 시절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써버린 행복의 값을 치르는 것처럼. 여름에도, 겨울에도 따뜻했던 나의 밤이 차가워졌다. 울어야지만 지나가는 이 온기 없는 밤이 이제는 지긋지긋하다가도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이제는 영영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슬픔이 다 끝나도 행복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잔잔히 웃고, 잠시 한숨 쉬는
딱 그 정도의 그저 그런 날들이 이어지면 좋겠다.


행복 뒤에 오는 불행은 유난히 아프게 느껴져요.

여러분도 계속되는 행복에 불안했던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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