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판양 Oct 25. 2024

복덩이 캡틴판양

인생에 세 가지 운

인생에 세 가지 운

사람은 태어나면서 세 가지 운을 타고난다고 한다. 

바로 천운(天運), 지운(地運), 인운(人運)이다.

천운은 하늘이 정해준 운이다. 

부모가 누구인지, 내가 태어난 환경, 성별처럼 바꿀 수 없는 것들이 포함된다. 

지운은 타고난 재능을 말한다. 

어떤 사람은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음악에 탁월한 능력을 타고나는데,
이런 것도 쉽게 바꿀 수 없는 운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인운(人運)이 남아 있다. 


이건 다르다. 

인운은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어떤 인연을 맺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운이다. 

인운은 내가 노력하고 가꾸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나 역시 인생의 여러 순간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인운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힘든 순간에도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반대로 잘못된 사람과의 인연은 나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원망이나 불만을 품고 인연을 끝내서는 안 된다. 

얼굴에 불평이 가득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운이 다가와도 금방 돌아서게 된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끝을 아름답게 맺으면, 

더 좋은 인운을 만나게 된다. 

인연이 끝날 때에도 처음 만났을 때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으면, 

그 인연은 나에게 더 큰 배움과 성장을 가져다주는 인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어릴 적엔 천운 중에서도 부모운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아, 좀 더 부자인 부모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좀 더 선망받는 직업을 가진 부모님에게 태어났으면 나 역시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소위 잘난 부모를 둔 친구들이 부럽고 샘이 나기도 했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 엄마 생신날이었다.

나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500만 원이 든 봉투를 손에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엄마에게 이 선물을 줄 생각에 마음이 설렜지만, 

한편으론 묘하게 무겁고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준비한 봉투를 엄마가 좋아하실까? 

아니, 봉투에 담긴 건 돈이 아니라, 그동안 엄마가 자식을 위해 해주신 

수많은 희생에 대한 작은 보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난 딸 덕분에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사. 

이 돈은 오롯이 엄마를 위해 쓰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봉투를 건넸다.


엄마가 봉투를 받아 드는 순간, 잠시 멈칫하며 그 봉투를 바라보았다. 

엄마의 눈가에 맺힌 눈물, 그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희생과 자식을 향한 사랑이 비쳐 보였다.


“잘난 딸 덕분에 이제 나도 한 번 호강 한번 해볼까? 

고맙다, 내 딸.”




그동안 나는 잘난 부모를 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왜 내게는 그런 부모가 없는지 조금은 억울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부모님의 희생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 주었고,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준 건 바로 그런 부모님의 사랑이었다는 걸.

그 순간 나는 마음 깊이 다짐했다.

‘그래, 내가 부자 부모에게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부모님께 남들이 부러워할 딸이 되어야지.’


내가 꿈꿨던 부자 부모님이 아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부모님이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인운을 돌려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고. 

모든 인연은 이렇게 순환하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희생이 다른 누군가의 행복이 되고, 

그 인연이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나는 오늘도 인운을 가꾸며 산다.


행복을 그리는 '에바알머슨'


작가의 이전글 비풍초육구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