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진심
생일 선물도 기프티콘으로 주고받는 시대다.
왠지 조금 정 없어 보이긴 하지만 편리해서 이용하게 되곤 하는데, 암묵적인 귀여운 규칙을 만들면 훨씬 즐거울 수 있다.
5월 5일이 생일인 내 친구와 나는 늘 배송받은 생일 선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서 서로에게 보내준다.
그 친구는 늘 그렇게 귀여운 방식으로 진심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생일 선물을 고르는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뭐야?
진심은 조용한 방식으로 다가온다.
크게 표현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섬세한지 느껴지는 순간들.
받은 선물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는 그 행동에는 단순히 '받았다'가 아니라 '기억하고 소중히 여겼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억지스러운 감탄이나 과한 리액션보다 훨씬 오래 남는다.
진심은 조용하다.
또 진심은 때로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하지 않기'에서 비롯되곤 한다.
괜한 농담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서 입을 다무는 것, 내가 불편해하는 주제를 피해 주는 것, 도와주고 싶어도 '지금은 기다려주는 게 맞다'라고 생각하는 것.
그 조심스러움, 그 눈치 봄, 그 '아무것도 하지 않음' 안에 오히려 깊은 배려가 담겨 있다.
나는 조용한 진심이 참 좋다.
그리고 진심은 대개 이유가 없다.
보답을 바라는 행동이 아니라서 자연스럽다.
그래서 진심을 발견하는 사람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게 된다.
진심은 늘 조용하고, 작고, 오래간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선명하고, 무심해 보이는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럽게 다듬은 의도가 숨어 있으니까.
살다 보면 사람 사이의 마음이란 늘 말처럼 쉽지 않다.
진심은 때로 오해를 낳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건넨 마음이 무심히 스쳐 지나갈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표현에 인색해지고, 상대의 마음을 의심하며 '진심이 뭘까' 되묻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마주하는 조용한 진심의 순간에 괜히 마음이 놓인다.
내가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리고 세상에 아직 이런 마음들이 있다는 위로.
크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조용한 진심 덕분에 사람 사이가 완전히 멀어지지 않는다는 걸 믿어보게 된다.
아마 우리는 그런 순간들 덕분에 계속, 조심스럽게 마음을 건네는 시도를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