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생각들
내 자취방엔 두 개의 큰 창이 있다. 그래서 아침마다 햇살이 너무 강하게 들어온 탓에 일찍 눈이 떠지는 걸까. 아침에 일어나고 정신이 좀 들자마자 암막커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몇 번이고 했던 생각이지만 결국엔 사지 않았다. 햇빛이 강한 날엔 오후 늦게까지 해가 들어오기 때문에 작업하는 모니터와 타블렛에도 빛이 반사되어 작업에도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정말 암막 커튼을 사면? 아침에 눈 뜨는 시간이 점차 늦춰질 테고 그럼 좀 더 늦게 일어나겠다. 결국엔 하루 일정들이 지금보다 밀리게 되어 작업에 차질이 생기는 건 마찬가지. 사지 말아야겠다.
사용 중인 향수를 거의 다 사용해서 향수를 구매하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 난 언제나 향수에 진심인 사람이다. 향에 진심인 건가? 섬유유연제와 탈취제, 디퓨저, 그리고 향수에 많은 것들을 투자하면서 살아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건 꽤나 매력적이다. 나 또한 그 사람의 이미지와 첫인상이 향기로 남을 때가 있다. 여름에 주로 사용하던 돌체 앤 가바나 라이트 블루는 향은 너무 좋지만 지속력이 약해 여름에 사용하기에 적절하다. 굉장히 MZ세대 같지 않은 말이지만 지난달에 이미 입추가 지났다. 이슬이 내리기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가을에 돌입하는 백로를 거쳐 24절 기상으로 지금은 가을이다. 시트러스 계열의 여름향수 보단 데일리로 사용하기 좋은 향수가 필요하다.
올해 초 인천에 살고 있을 때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에게서 좋은 향이 났다. 그것은 내가 그 친구를 기억하는 기억의 조각들 중 하나이다. 그 친구는 내게 조말론 다크앰버 앤 진저릴리라는 향이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만 난 그 애가 쓰던 향이 더 좋았다. 네이밍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운데 달콤한 향이었다. 크리드 실버마운틴워터라는 제품이었는데 그 후에 그 향수를 사용할 때마다 그 친구가 떠올랐다. 하지만 크리드 향수는 고가의 향수다. 어밴투스도 사놓고 몇 번 뿌리지 않고 그대로 있다. 물론 이 케이스는 사실 향이 나와 맞지 않아서가 맞지만. 정신 차리자. 일주일의 대부분은 집에서 보내는데 무슨 향수야. 급하게 창을 닫아버렸다.
SNS에서 ‘ 먹고 나서 머릿속에 빅뱅이 일어난다는 토스트 ’ 레시피를 보았다. 토스트 + 사과쨈 + 콘푸로스트. 얼마나 맛있는지 이 대목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먹어보진 않았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선 이미 이 세 가지 재료들을 각각 따로 먹어본 기억이 존재하기에 이들을 조합시켜 연결해 보았다. 맛있어 보인다. 아니 맛있겠다. 실패가 없는 조합이다. 마트에 가서 살 식재료가 생겼다. 그래, 돈은 이런 곳에 써야지.
토스트랑 같이 먹을 샐러드는 이미 집에 있었다. 양상추와 아일랜드 드레싱. 얼마 전부터 식단 조절을 했고 비타민이 부족한 것 같아서 샐러드를 해 먹어야 하겠다는 이유로 마트에 갔다. 그런데 아무리 마트를 둘러보아도 양상추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 난 양상추를 구매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양배추는 수도 없이 구매를 했지만. 결국 직원분에게 여쭤보았고 양상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그토록 찾던 양상추는 야채코너 구석에 내부를 볼 수 없는 불투명한 포장비닐에 싸여 있었다. 난 양상추를 이렇게 포장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집에 와서 포장을 벗겨보았다. 햄버거나 샐러드에 들어있는 절단된 양상추가 이렇게 견고하게 겹겹이 뭉쳐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반갑다 양상추야. 오늘부터 내 비타민과 혈액순환을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