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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Jun 09. 2024

화단에 마음씨를 뿌리다

건강하게 자라렴

아파트 관리실을 가는 중이었다.

놀이터  어린이집 창문 대롱거리는 '새집'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봤다. 집안에 있어야 '새'는 보이지 않고 지붕 위 꼭대기에 집주인인듯한 '아이'사진만 붙어있. 활짝 웃는 아이 모습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싱그러웠다.

새집 앞엔 집주인이 직접 그렸 종이새 한 마리가 문패를 대신했다. 뜨거운 여름도 거뜬히 넘길 아주 조그마한 창문도 보였다. 바닥엔  지푸라기까지. 앙증맞은 손으로 집을 지으며 새들에게 안전한 사랑을 주기 위해 애썼을 아이 마음씨내 코끝했다.  이 새집에 틀어 앉아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새들이 부러웠다.


요즘 뭔가에 쫓기듯 찌들어가고 있는 아이가 만든 새 문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되 아이 마음씨에 나도 살며시 스며고 싶었다.  오들오들 처로운 눈빛으로 집주인인 아이를 바라보면 이는 날 가만히 안아줄 것 같다. 펄떡펄떡 힘차게 흐르는 아이 심장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어린이집 창문 코를 박고 기웃거렸다.


어린이집 선생님 목소리가 들다.

"해님반 아이들 하나, ,  , 넷"

선생님 목소리에 지개 색깔 앞치마를 아이들이 한 줄로 어린이집 밖으로 고 있다. 린이집 앞 놀이터이들이 뛰어다. 그 모습이 내리쬐는 햇살보다 더 강하게 빛다. 눈부심에 난 실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파란 색깔 앞치마를 입은 남자아이가 새집을 들여다보며 선생님께 말다.

"선생님 새가 알을 낳은 것 같아요."

가지런한 치아가 돋보이는 긴 머리 선생님이 아이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 대답다.

"어머! 그렇구나. 우리 지푸라기로 새집 입구를 살짝 막아줘 보자.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가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선생님이랑 같이 해볼까?"

놀이터에 있던 아이들 우르르 새집 앞으로 몰려왔다. 명 정도되는 아이들이 새집과 선생님을 에워쌓다. 그 순간 세상이 멈춘 듯 조용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숨소리가 너무 요란해졌다. 난 망이질하는 내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들에게 크게 한 걸음 다가갔다.


새집 안엔 지푸라기뿐이었지만 선생님과 아이는 마치 알만지듯 조심했다. 둘러싼 아이들과 난 숨을 멈추고 바라봤다. 지푸라기를 둥근 모양으로 만든 후 파란 색깔 바지 아이와 선생님은 반달모양이 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집을 둘러싼 아이들과 나를 향해 선생님이 소리친다.

"자! 해님반 어린이들. 이제 어미새가 알을 품어야 하니 우린 놀이터로 다시 갈까요"

아이들은 우르르 놀이터 모래밭으로 달려갔다.


난 그들을 등지고 관리실로 발길을 옮겼다. 걸어가는 내 등 뒤로 놀이터 기구를 즐기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다. 웃음이 점점 사라져 가는 내 시간 속으로 아이들이 들어다.

 그들에게 순수한 영양분이 가득한 마음씨를 얻어 아파트 화단 곳곳에 뿌리고 싶어졌다. 나처럼 점점 거칠어진 어른들에게 다정함과 명랑함이 넘치는 꽃을 보게 하고 싶다. 그 꽃향기가 우리들이 잃어버린 웃음과 여유를 찾게 해 줄 것만 같아서다.


난 관리실에서 볼 일을 마치면 조용조용 새집 앞으로 가야겠다. 집안에 가득 아이들 마음씨 한주먹을 주인 허락 없이 가져와야겠다. 아마 아이들은 헛된 욕심 가득한 나를 용서할 거다.

뜨겁게 내 등 뒤를 달구고 있는 쨍한 햇살을 받으며  관리실로 빠르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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