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뱃살공주 May 28. 2024

말,  말이 그립다

모두의 집. 도서관.

난 오늘 하루종일 수험생들 틈에 앉아 책을 읽었다. 집에서 읽어도 되지만, 굳이 도서관을 찾은 이유는 어항 밖으로 튕겨 나온 물고기가 물을 찾는 것처럼. 나도 며칠 동안 막혔던 숨통을 제대로 뚫어보기 위해 찾아 나선 곳이 도서관이다. 난 꽉 막혔던 목을 풀며 깊게 들이쉰 숨을 가다듬었다. 조금씩 원활해진 호흡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난 지금보다 더 깊은 호흡을 찾아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니, 이건 무슨 쉰내 나는 말인가? 더 솔직히 고백하면 사람이 그리워 사람들 틈사이로 들어가고 싶어 도서관 열람실을 찾아왔다.

     

요 며칠, 정확히는 닷새동안 거실 텔레비전 앞에서 살았다. 오래전 봤던 영화지만 마지막 장면이 가물가물한 '올가미'부터 최신 작 '환상을 팝니다'까지. 도대체 몇 작품을 봤냐고 묻는다면 내 손가락, 발가락을 합친 숫자를 조금 넘긴 정도다. 닷새동안 영화 본 소감을 묻는다면, 그냥 멍하니 화면을 봤을 뿐이라 멋쩍은 미소 외엔 답 할 게 없다. 난 잠자는 시간 외엔 135도 편한 의자에 누워 텔레비전 화면만 봤다. 냉장고 문 앞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의자를 벗어날 때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래도 의자와 난 한 몸으로 닷새를 보냈다.     


난 오늘 아침 눈이 풀린 멍한 표정의 내 모습을 더 이상 바라보기 싫어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나가자! 나가자! 집 밖으로!'를 외치며 며칠 동안 안경으로 고생한 코와 귀를 쓰다듬었다. 건조해진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의자와 한 몸이 되어 더 흐물흐물해진 내 몸을 살살 달래며 집을 나섰다.

 

엄마 손잡고 온 아이들부터 무언가를 준비하는 수험생, 내 또래로 보이는 분들까지. 고요함 속에 시끌벅적함이 있는 우리 모두를 항상 기다리는 따뜻한 집. 도서관. 난 볕이 드는 열람실에 앉아 며칠 동안 그리웠던 사람들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두 눈은 갈매기가 되어 푸른 바다 위를 날아다녔다. 난 이 기운을 몰아 입안에서 우물쭈물 길을 찾아 헤매는 말을 조용히 꺼내 본다.

"피로한 눈을 위해 우리 잠깐 바람 쐬러 같이 나가볼래요?"


역시 숨 쉬는 사람은 펄떡펄떡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기쁨이 충전된다. 오늘 난 나를 검은 우물 속으로 한없이 잡아당기는 것과 내 손가락 끝에 겨우 매달려있는 힘까지 뺏어가는 못된 것들을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렸다. 말이 그리워 찾은 곳에서 바람에 꺼져가는 숨을 되찾었다. 의자와 한 몸이던 내게 충전된 기쁨이 숨이 되어 난 오늘 살아있는 者가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