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몸무게가 5 킬로그램 가량 늘었다. 나는 지난 20여년 간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해 왔다. 조금 늘거나 줄었을 경우는 있었지만, 5 킬로그램이 갑자기 늘어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신과 의사는 나에게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하루하루 감동 없이 살아가는 나에게, 음식이, 혹은 술이 가져다주는 확고한 즐거움이, 그것을 멈출 수가 없게 한다. 일종의 중독증세였다. 그 해석이 틀린 것 같지 않다. 즐거움도, 슬픔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원해왔던 것들이 이뤄져도 이제는 더 이상 신이 나지 않는다.
극심한 스트레스만이 유일하게 나에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가오는 난관은 나를 깨어있게 한다.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을 때 느껴지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해결하면서 다시금 평온한 상태로 돌아갈 때의 그 느낌이 좋다.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다시금 읽지 못해 쌓여있는 책들을 곁에 두고, 모니터 앞에 앉아 쇼팽을 듣는다. 천천히 내가 나로서 돌아갈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