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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신선 May 31. 2024

입  밖으로 흐른 이야기 담바고 연기

모락모락 바람 따라 흘러가는 우리의 서사


오늘도 흡연부스는 너구리굴로 불리며 연신 뿜어내는 애연가들의 담배연기로 가득하다. 우리의 폐는 한번 빨아들인 것을 쉬이 배출하지 않는다. 끽연과 질환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와 사례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금연을 외치거나 담배의 무익유해함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이 이야기 신전에서 피운 담바고는 어디까지나 옛이야기라는 무해한 담배인 것이다. 호랭이가 정말로 곰방대 물고 태웠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 신이한 서사만큼 옛이야기 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연기색을 보여주고 향을 맡게 해 주었다.



동방에심은//담배초

서방에심은//담배초

남방에심은//담배초

우리나라//충신초

부모님에는//효성초

내외간에는//인정초

친척간에는//화목초

동구간에는(1)[동기간에는. 형제 사이에는.] //일심초

금초라고//먹었더니

악초로//먹었구나

금초악초//지감하소

나무아미타불

〈담배 노래〉

민요 / 경상남도 밀양군 산내면, 1981.07.29., 제보자: 손영조, 경상남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방위별로, 국가를 위해, 가정을 위해, 건강을 위해

끝내 불교의 기도로 마치는 담배 노래는 흥미롭다.

방위에서 북방이 빠진 까닭이 궁금하다. 분단으로

인한 누락일까?


구야구야//담배구야

동래울산//담배구야

텃밭에다//모를부여

텃밭밖에//모종해여

심심초로//나올작에

늙은과부//심심초고

젊은과부//도망초라

구야구야//담배구야

내심중을//니가안다

〈담배 타령〉

민요 / 경상남도 의령군 지정면, 1982.02.04., 제보자: 박연악, 경상남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구야 구야 담배구야

 너헤 국(1)[나라] 좋거니와

 죄선(2)[朝鮮] 지방 뭐하러 왔니

 우람(3)[遊覽] 왔지 우람 왔지

 구야 구야 담배구야

 조선 지방 와서

 이~산 저~산 파고

 담바구씨를 이 산 저 산 뿌렸더니

 밤~이믄 찬이슬 맞고~

 낮이믄 햇빛 쏘아

 큰 잎 나고 속닢 나네

 퍽퍽드는 장뒤칼로

 어석버석 비어 내어

 싹싹 도려 지새미로 엇썰아선

 총각으 쌈지도 한 쌈지요

 영감으 쌈지도 한 쌈지요

 청동 화리(4)[화로] 잉글 불을

 잉글잉글 피와 놓구

 한 때를 먹구 두 때를 먹으니

 청룡 황룡 뛰 뜰어지네

 목구영에서 실안개가 살살

〈담배구 타령〉

민요 /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1983.07.21., 제보자: 한양숙, 강원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과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외국에서 들어온 담바고뿐이다. 우리 산맥 이곳저곳에 뿌려진 담배는 해와 이슬 먹고 자라서는 싹둑 알맞게 도려내어 총각부터 영감까지 위로하고 팔도 저편 연기가 청룡 황룡처럼 퍼져나간다. 위로의 담배연기는 우리네 정서의 실안개와 같구나.


다음은 이분이 이야기를 꺼냈다. 비위도 약한 분인 데다 얘기답지 않은 것이라 생각했음인지, 자신 없는 태도로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며 군말을 길게 덧붙이면서 이야기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지어낸 말이지 실제로 그랬겠느냐는, 자기대로의 평어까지 덧붙였다. 지나치달 정도의 솔직함이 오히려 이야기에 대한 청중의 흥미를 감쇄시킨 느낌이다.

  이 담배라는 것이, 이게 사람 죽은 넋이라너먼 그랴. 이게 기생 죽은 응 기생 죽은 넋인디. 기생이 뭘 그렇게 좋아했느냐 그라먼 참 남자를 젤 좋아했어.

 ?에이구, 내 죽어서란대두 이 세상에서나 그 사람에 상대는 못하더란대두 혼신이란대두 내 죽어서 이 세상 사람 입이래두 맞춰본다.?

 구. 아주 졀 결심이 됐더래요. 그래 죽어 가지구서는, 응, 묻혀서 인제 무덤이 가서 있는디, 무덤이 가서는 무순 풀이, 담배라능 게 왜 보매는 거시개두 여간 충실하게 올라오남. 틈실 헌풀이 났단 말여.

 약국쟁이가 약뿌리를 캐러 가서 돌아댕기다 보닝깨 웬 무덤이 가서는, 무슨 풀이 이렇게 났는디 탐시럭구 이러닝깨 이게 약이 되냐구(1)[될지 어떨지 모르겠다고.] 뜯어 갔더라는 얘기여. 뜯어다가 인저 약초 말리느라구 화롭불이다 이렇게 떠억 말리구 있 있으닝깨, 이게 구수룸하니 냄새가 말리는 디두 훌륭하더래요. 어지간히 말러서는 이게 에 불똥이루(불똥이) 떨어졌다 이말여. 그 잎파리 가서. 그 내가(냄새가) 타는 내두 이게 구수름하구 그러닝게 ?야 이것이 무순 풀이간디 이렇게 구스름하냐 이게 약제는 약젱 게다.? 이라구서는 ?야 이거 종이다 좀 말어서 쪼꼼 펴보자.? 하두 구수룸한 내가 나닝깨. 피워 보닝깨 세상 참 비위두 맞구 구수룸하니 참 좋단 말여. 그래 이걸 약 지루 온 사람마두 한 모금씩을 빨어보먼,

 ?이게 무순, 약은 참 젤 존 약이라구. 비위가 착 가랂구 이거 참 좋다구. 이거 무순 약이냐.?

 구. 그러닝깨

 ?아 이 좋은 얙이요. 약이사, 이 이거 팔 수두 있는디….?

 나 이 종자를 가지야겄다는 생각으루 그 무덤이는 한 달이먼 함 번씩 두 번씩 댕긴단 말여. 숨이 또 올라오능 거 그 잎파리를 따다가니 말리기두 하구 이럭하는디. 봉오리가 이케 시 송아리가 이렇게 있는디, ?야 인제는 이눔만 거시가먼 약이라구 퍼칠 수 익겄다.? 그 약방이 가먼 뭘 제조해서 주는디 먹으머넌 비위가 가시구….

 이게 불이 댕기먼 당최 꺼지두 않구 그냥 잘 타구 그래서 그 그 약방이는 아주 그런 그런 재료가 익구 그런 약품이 있다구 아 이 약장사두 잘된단 말여. 이래서 이 기생 죽은 넋이서(여서) ?입이란대두 맞춰본다구, 죽어서 내가.? 아주. 이 담배라능 게 입 안맞추구서는 세상 먹덜 못하능 것

 이거던. 담배라능 것이. 기생 죽은 넋이랴 이게. 그래서 인저 에, 이게 인제 이름을 그 약국쟁이가 짓기를 어트게 졌능가 하먼 이름이 뭐냐 그렁깨 지끔은 담배라구 그러지만 원명은 이게 산초(山草)라너먼. 응, 산초. 산이서 이게 큰 게라구. 산이서 낭 게라구.

〈담배의 유래〉

충청남도 공주군 유구면, 1984.01.18., 제보자: 이정순, 충청남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남색 밝히던 기생이 죽어 담배풀이 되었단다. 죽어서도 남자와 입맞춤이라도 해보고자 그리 되었다고 한다. 약초에 몰두하는 약국쟁이가 그 효능을 알아봐서 산초라는 것을 약초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뿌옇게 날아오르는 담배연기는 이름 모를 기생의 한이고 얼이고 넋이다. 어딘지 에로틱한 구성을 갖춘것이 전승자는 부끄러운가 보다. 80년대 중반에 채록되었으니 분위기가 그럴 것이다. 오늘처럼 직설적이지 않고서도 훨씬 섹시한 서사가 흘러나왔다. 오늘도 기생의 넋은 답답함와 울화를 달랠 사내들의 입에서 뿜어나와서는 부활하고 또 부활한다.


다시 김정기 제보자가 하나 한다며 나서자 조사자는 책에서 읽은 얘기보다 사랑방에서 들은 얘기가 좋다며 청했다. 그때 권구형 제보자가 호랑이 담배 먹는 얘기를 한다며 자청했다. 제보자는 오전부터 있었으나 줄곧 사양만 해오다 모두 이야기를 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분위기에 젖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야기를 할 때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여 아는 사람이 없자 이야기를 꺼냈다.

  호랭이 담배 먹은 시절, 호랭이 담배 먹는 시절 얘기 아는가? 누가? 모르지? 호랭이가 어떻게 담배 먹을 거여. 그때를 몰라. 누구던지. 그서 그 얘기나 하나 히야 겠고만. 호랭이 담배 먹는 시절은 담배만 먹어서 호랭이가 저 담배 먹은 것이 아녀. 아니고 에 쉽게 이얘기허자면 여그로 허믄 정읍

 저 청댕이 같은디 그런 깊은 산중 거그 사는 사람이 정읍이 그 시장으 나왔어. 나와서 술을 참 폭음을 힜어. 걍 많이 마셨단 말여. 허고 가는디 이놈이 가다가서는 원청 술이 많이 취해 논게는 가들 못 허고 재 몬동(언덕)으서 걍 정자나무 밑에 자. 누워 잔단 말여. 자니까 얼매만큼 자니까 호랭이가 놈이 말여. 아 지나다 본게 사람이 거가 누워 있거던. 지 밥이. 그 호랭이가 잡이 먹는 거 아녀? 사람을? [조사자:예 그러죠.]

 딱 누워 있거던 근디 ?요놈이 어떤 놈이냐? 내가 니 밥이 태 주?, 가만히 이렇게 우그가 머리 우그 가서 가만히 냄새를 맡어봐. 술 먹고 거식헌 것이 단내가 나거든. 입이서. 그런게 이상헌 냄새가 나. 냄새가. ?이것이 무엇이냐, 내 밥은 밥인디 이것이 냄새가 이상허다.?허고는 말여. 이 또 냄새 맡었다가 또 다시 물러섰다가 냄새 맡다 물러섰다 허. 헌디 이놈은 어느 때가 되았거나 참 잠이 좀 깨든개벼. 잠이 깨닌게 그저는 눈을 가만히 슬므시 떠본게 아 호랭이 놈이 머리 우그가 앉어서 말여. 저를 잡어 먹게 됐어. 걍. 냄새를 맡고 있어갖고 아 큰일났거든. [청중:술은 깨고 호랭이는 뒤으서 웅그리고?] 응. 거 가만히 있고 말여. 거 어찔 일여. 이리도 못 허고 저리고 못 허고 사람 죽을 일여. 이게. 그런게 그전이는 지금은 이 궐련을 피우지만은 그전이는 에 한 오십대만 되아도 담뱃대를 갖고 댕겼어. 담뱃대. [조사자:그러죠.]

 근디 담뱃배를 놓고 자다가서 가만히 생각헌게 어떻게 헐 도리가 없어. 허닌게 ?이리도 죽고 저리도 죽은게 벨 수 없다.? 허고서는 가만히 이 담뱃대를 들었어. 들고서는 이놈이 엎져서 이렇게 구버다볼 적으 이렇게 냄새 맡을 적의 담뱃대를 걍 코구멍을 꽉 [부채를 들고 코 뚫는 시늉을 하며 큰 목소리로] 뀌었어. 걍. 근게 이놈이 걍 아 코 코뚜레를 뀌었거든. 이렇게 걍 [일동:웃음] 근게 이놈이 아픈게 말여. 걍 막 도망히 버렸어 걍. 도망헌게, 도망히서 돌아 댕기는디 이놈이 아픈게 사방으 돌아 댕겨. 그저는 정신없이 [일동:웃음] 아 돌아 댕긴게 초군들이 말여. 나무꾼들이지. 나무허로 댕이는 사람들이 봤어. 만났어. 아 보닌게 그저는 아 호랭이가 담

 뱃대를 물고 댕이거든. 이렇게. 그런게 그저는 이 사람들이 댕임서 말여. 저 호랭이 있은게 무선게 내리와갖고는 저 그 동네와서,

 “얼래 아 나무를 갔드만 호랭이 놈이 담뱃대를 물고 댕기야.”

 이러드래여. 그서 호랭이가 담배 먹던 시절 그서 나온 거여.

〈담배먹는 호랑이〉

전라북도 정읍군 영원면, 1984.08.27., 제보자: 권구형, 전라북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흔히 옛이야기를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라는 주문으로 시작하곤 한다. 그 주술의 유래가 여기에 있다. 옛 조선팔도에 큰 고양이들이 가득하였으니 바로 호랑이다. 깊은 산중에 오가는 사람들이란 허기진 호랑이에게 밥에 지나지 않다. 취중의 한 인물도 그러했다. 앙! 먹으려고 보니 냄새가 심상치 않다. 취기에 깬 사내 눈앞에 으르렁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지 않겠는가! 아뿔싸! 이를 어찌하나! 손에 곰방대하나 들고 있어 죽기 전에 담배 하나쯤 태우고 떠나자. 호기심 가득한 호랑이는 그만 코에 곰방대가 코뚜레처럼 박혀 버렸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호랑이가 담배 태운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래의 호랑이는 담배에 홀려 가죽이 벗겨졌으니 딱하다!


앞의 이기백씨 이야기가 끝나자 신기수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길 꺼내다가 청중들이 어려운 문자 이야기면 아예 시작말라고 하여 그만두고, 제보자가 뒤를 이었다.

  예전에도 참 그 인제 가난한 사람이 장(늘) 인제 나무하로 댕기는데, 한 번에는 이 호래이가, 금강산 호래인데 대체 머머 밥이 없어. 자먹을라 카이 없어가. 그래 나뭇군을 자― 먹을라 카이,

 “오늘은 내가 니를 자―먹어야 되껜데….”

 “그래”

 머 산중에 가 만니놓이 머 꼽다시 죽게됐다. 그랜데 그 인제 총각이 담

 배를 썩썩 비비가주고 먹는다.

 “담배를 왜 피움니꺼?”

 “이거를 피우먼 신선이 되기게라. 마음이 시원하기 좋다.”

 이래는게라, 호래이가.

 “배가 고파도 이거 피우먼 안고프다?”

 이르카이, 그 호래이가 그 적새는 “그 날 좀 피우먼 안되나?”카그던.

 “아, 피우먼 되지.”

 그 중엔 또 큰 담배를 싹싹 비비가주고 인제 한 개 무이 뻐꿈뻐꿈 그디만 “아무 맛도 없다.” 카머 시르르 넘어가그던. 그게 인제 호래이 담배 피울 때라. 호래이가 어리숙어가주고 그 맘이 핀안하고 배 안고프다 하이 까네, “나도 피우머 안되나?” 카고 그래 인제 대고(자꾸) 시르르 넘어가이 그마 그 호래이를 잡았지. 잡아가주 가여, 인제 껍데긴 인제 돈을 많이 받고 팔고, 그 호래이 살으는 이걸 사먹으먼 초악(1)[초학, 학질.]이 안들린대여. 초악이라먼, 요새 초악이 있잖아요, 이전에는 인제 이틀 가리하고 그른 것도 하고, 초악 있었는데, 그걸 갖다 팔고, 인제 초악 안한다고 하이 그저 남녀간에 얼매든지 돈을 주고 그래 사가그던. 사가이 그 담배 한 대구바리에 그 호래이 잡아가주고 껍데기 팔았제, 살 팔았제. 그 나뭇군이 마 팔자를 고치가주고 잘 살았다니더.

〈호랑이 담배 핀 내력〉

경상북도 영덕군 달산면, 1984.08.22., 제보자: 조유란, 경상북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구연상황] 앞서 다른 제보자들이 도깨비 이야기를 구연하고 나서 조사자가 이 제보자에게도 도깨비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러자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라고 말을 한 후 이 이야기를 구연했다. 이야기의 구연이 끝난 후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마무리를 했다.

[줄거리] 제보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할머니를 이장하기 위해 시신을 파서 고향으로 왔다. 목이 말라서 주막에 들어가 시신을 벽에 세워놓으니 개가 그것을 보고 짖었다. 사람들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다시 그것을 지고 산을 넘어 오는데, 호랑이가 나무 밑둥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니 호랑이가 사라졌다.

[본문]

        할무이를 파가지고, 말하자면 이장할라고 파가꼬 그슥한다 아입니까. 거적떼기를 옛날에는 도로록 몰아 짜맸다카대.

        짜맸는데, 그놈을 지고 인자 참 타간에서 그슥해가지고 지고 고향으로 온다고 이제 오니께네로 오다가 인자 주막집으로 목이 말라 주막집엘 들어가니께 요걸 이제 살짹이 저 어데 한데다 벽에다 요래 놓고 들어갔더라쿠네.

        들어가니께네로 개가 막 그슥을 보고 막 짖더라캐. 막 환장을 하고 짖더라캐.

        그래서 “저게 뭐이냐.”고 싼께,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쿰서 고걸 지고 산을 넘어 오니께 산신님이 딱 앉아 가지고 산 옆에 길에 밑둥에 딱 앉아서 산신님이 딱 와서 요래갖고 차리보고 앉았더래요. 꼬리를 살살살살 흔들믄서.

        그럼서

        #청중 : 호랑이다.

        #제보자 : 하모, 그러니 산신님. 그래 인제 앉아서 그슥한께 참 우리 아버지는 전에 아버지가 좀 대가 세리꺼든요. 그래논께, 수염이 검실검실하고 키가 팔대장승 같은 양반이 그랬는데 그 딱 앉아 가지고 담배를 한 대 내갖고 딱 푼께네로 고마 사르륵 꼬리를 치고 가삐더라고.

        담배가 제일이라캐.

        @조사자 : 아하, 호랑이가 그래.

        # 제보자 : 어, 담배를 푼께로 담배연기에 사르르륵 돌아가시더라캐. 그래가꼬 그게 제일로 담배 그게 언제라도 담배를 갖고 그걸 들고 산에 가야 된다캐. 담배연기 그기 제일이라.

〈호랑이 쫓는 담배연기〉

경상남도 산청군 금서면, 2012. 1. 16, 제보자: 이가매, 경상남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조사자가 방학중이 이야기를 하나 했더니 제보자가 다시 받았다. 조사자가 한 것은 물깊이를 묻는 사람에게 방학중이 자기가 건넌 물은 이미 흘러가 버려서 모른다고 대답하는 이야기였다. 조사자가 이야기를 마치고 녹음기를 가까이 들이대니 제보자는 되지도 않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는 중에 할아버지들이 갓을 쓰고 두루막을 입고서 십여명 모여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을의 초상집에 상여가 오늘 나가는데 상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방학주이가 그래 언제 참 어드로 서울로 언제 올라가는데. 담배를 참 한줌, 마 참 그 때는 이 쌈지그던. 담배 싹싹 비베가주 이래, 아주 가루 담배를 만들어가주 이래이께.[청중 : 그 엽초이께네 쌈지…]비벼가줄라 마쌈지에다 여가줄라 서울로 떡- 올라간다.

 그차 아께 말따나, 그 참 담배장사가 담배를 한 짐 지고 올라간다 말이래.

 ?여보 여보-! 그 담배 한 대 주소.?

 이러이,

 [퉁명스럽게] ?이 양반아! 그 담배를 내가 팔로 댕기는 담배지, 당신 뭐 그저 주로 댕기는 담배 아이요.?

 ?아, 나는 담배가 너무 말라가주 몬 푼-다고. 말라가주 몬 푸-이께 그 녹은 담배 한 대 달라고.?

 그래가주, 이연아가 참 뭐 장다지(늘) 근 마 참 뭐 지 담배는 안풋고 남의 담배를 장(늘) 얻어 풋고 이랬어. 그리이, 일마[녹음 테이프 2 앞면에서 뒷면으로]그래 인제 담배를 인제 서울까지 올라갈[청중 1 : 과게를?]챔인데.[청중 2 : 이 어른들 상가는 안가고 여기 와서 뭐뭐]담배로 마 이억(자기) 담배를 마 한 대도 안 풋고 남의 담배로 마 자꾸 마. 내 담배 말러 몬 푼다꼬 마 녹은 담배 한참 얻어풋고 이랜다 말이라.

〈방학중의 담배 얻어피기〉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대진2동, 1980.06.06., 제보자: 김봉근, 경상북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https://kdp.aks.ac.kr/)


호랑이를 내쫓는 담배는  방학중에게는 없으면 안될 기호품이었다. 담배장사에게 얻어 태우는 솜씨가 역시 방학중이로다! 담배 태우고 싶은 심정은 육신의 사람 뿐 아니라 혼령의 도깨비도 마찬가지였는가보다. 뒤에서 다가와 한 마디 한다.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담뱃불이 하마터면 도깨비불 될 뻔한 사연이 여기에 있다.


[구연상황]조사자가 도깨비 덕에 부자되고 망한 이야기도 많이 있냐고 묻자, 최홍 제보자가 자신이 처음에 들려주었던 도깨비 이야기에 이어진다고 하면서 새로운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줄거리]구림에 사는 사람이 길을 가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따라오는데 등이 오싹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담배를 한 대 달라고 해서 자기는 앞만 보고 뒤로 담배를 주었는데 다시 라이터를 달라고 했다. 그래서 성냥을 주고는 무서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기만 했다. 다음날 그곳에 가보니, 자기가 준 담배와 성냥이 길에 있었다. 도깨비라고 생각했다.

[본문]

        내가 그 뒤에 들은 얘긴디. 아까 도깨비이야기 했다고 안,

        내가 그 뒤에 들은 얘긴디. 구림사람 누구라고 했던마는 잊어부렀어.

        그 사람이 거그를 지나다가.

        @1:어디요?

        내가 병아리를 잊어부렀던디.

        거기를 지난디, 뒤에서 사람이 따라 오더라 이것이여.

        사람이 따라온디.

        자기가 그것을 느꼈는디, 등골이 오싹해 지드라.

        그래서 뒤를 못 돌아 보겄더라.

        그런디, 가다가, 담배를 한 대 달라고 그러거든.

        그래서, 뒷사람이.

        그래서 자기는 앞만 보고, [담배를 뒤로 주는 시늉을 하며]

        그냥 담배를 줬어. 앞만보고.

        인자, 라이타를 달라고 그러드라여.

        그 당시는 성냥. 지금으로서는 라이타지만, 그때는 라이타가 없을 판이여.

        성냥을 줬드라여.

        자기는 무서와서 인자,

        @1: 응~앞만보고

        응~앞만보고 계속 갔는디. 어느정도 와서 뒤를 돌아 봤는디.

        아무도 없단 말이여. 뒤에가.

        암도 없었는디. 그 이튿날 가서 본께. 길가에 가서.

        담배하고 성냥하고 딱 영거져 있더라.

        이런 얘기가 있더라고.

〈도깨비에게 담배 건넨 이야기〉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 2012. 1. 4, 제보자: 최홍, 전라남도 채록

[출처]: 한국학통합플랫폼




도란도란 피어나는 이야기 연기는 우리에게 해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는 니코틴 보다 해로운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댓글로 다투기도 하고, 아파트 주거가 보편화되고 투기 대상에 이르면서는 층간소음과 주차갈등으로 험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팬덤은 연예계부터 정치계에 이르기까지 서로 자신들의 기호만 내세우곤 한다. 이러니 이야기꽃은 시들고 말라간다. 향긋한 이야기 담바고를 다시 태우려면 어디에서 태워야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 심리분석가들이 대화법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이야기꽃, 이야기담배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사례에 불과하다. 선인들은 대화법을 배워서 이야기를 전해온 것이 아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은 멀리하고 저런 사람은 가까이 두라는 지침서가 서점에 범람하기 시작했다. 과연 이것이 건강한 교류 문화일까?

옛이야기는 벌레와 동식물까지도 대화의 대상이 되고 벗이 된다. 그러한 이류와 이물이란 실상 사람의 다른 모습을 그린 비유와 상징에 지남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경계심을 높일 것이 아니라 마음의 벽을 허물고는 '손에 손잡고' 함께 이야기 담배를 말아피던 것이 선인들의 세상살이 노하우이자 지혜였던 것이다.

입으로 전하는 구술, 구비문학이란 암송하고 연기하는 구연동화나,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전래동화가 아니다. 우리의 옛이야기 담배들은 독한 담배처럼 현실의 폭력과 부조리를 그냥 두지 않는다. 부드러이 감싸 안고는 품어주기도 한다. 전승자의 따듯한 마음은 뜨거운 담배불이 되어 시간과 공간을 신비롭게 태워간다. 이야기를 들이마신 우리의 정신은 폐처럼 깊숙이 기억해두고는 귀한 손님맞이에 하나 꺼내곤 한다. 옛이야기 담바고 하나 태우실라우?

외조부가 만들어 태우시던 신문지 담배의 풍경이 여기 옛 담배 이야기에 있다. 호랑이눈썹하신 외조부가 담배를 태우시던 모습은 곧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인 것이다. 그립다.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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