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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바 Nov 07. 2024

우물

  해갈되지 않는 그리움. 갈증이 난다. 녹이 낀 물찌꺼기를 긁어낸다. 양철 바구니가 바닥에 갈린다. 끼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큰한 녹즙이 담긴다. 나는 얼마 동안 말려진 식도에 그것을 털어 넣는다. 쇠비린내 섞인 풋내가 난다. 휘발되지 않는 갈증. 우물 안으로 다시금 머리를 쳐 박는다. 녹슨 목구멍에서 쿰쿰한 기침이 새어 나온다. 어둠이 폭삭 내려앉은 시골집 철창에 갇힌 개소리 같다. 컹컹 일 때마다 쌉싸름한 것들이 역류한다. 홍수처럼 나를 침수시킨 것들은 이제 겨우 얼음컵 표면 정도의 물기를 갖고 있다. 나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우물 바닥에서 찌걱이는 소리가 울린다. 갈라지지 말아라. 제발 갈라지지 말아라. 좁은 우물에 침을 뱉는다. 져가는 여름의 나뭇잎처럼 채도가 죽어버린 녹빛 덩어리가 떨어진다. 툭. 뭉툭한 소리가 난다. 한참 전에 죽은 것이 이제 죽은 것 같다. 목에 버석해진 이끼들이 굴러다닌다. 갈증이 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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