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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Sep 02. 2024

8월 2일

탐구생활

제주에서 묵었던 서귀포 귤밭 앞에 숨은 물놀이 명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눈이 닿는 곳마다 펼쳐진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질 때쯤, 제주 올레길 6 코스를 따라 소나무숲이 우거진 산책로를 걸어들어가다보면 짜잔! 하고 아무런 예고없이 비경을 드러낸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던 곳이라 기대 반 의심 반 찾아갔다가 마주친 이상형 수영장. 백두산 천지를 닮은 모습에 소천지라 부른다는데, 다녀온 시간의 날씨가 눈부시게 좋아서 예술작품 같은 천연 풀의 모습에 감탄 또 감탄. 아이들이 놀기 적당한 얕은 유아풀 깊이의 공간과 어른들도 스노클링하기 좋은 깊은 풀을 같이 만들어놓은 섬세한 당신, 자연. 갯바퀴가 우글우글하지만 절대 징그럽지 않다 원효대사 해골물 셀프최면을 걸며 뾰족하고 가파른 좁은 바위 사이를 중심 잡고 걸어들어가야하는 어려움은 있었다. 그래도 사람이 많지 않고 물이 아주 맑아 사방에서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 꽃게를 구경할 수 있었다. 호수처럼 잔잔하지만 주변을 둘러싼 바위 뒤로 철썩거리는 파도를 보며 바다라는 걸 실감한다.


나는 떠나기 전 날 이 곳을 발견해 또 오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직접 걸어들어가야 했던 아이는 아주 무서워서 기억에 남는다고 하는 걸 보니 우리의 첫인상은 서로 달랐던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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