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오늘은 노들섬이다. 그게 어디에 있는 섬이야? 세빛둥둥섬 같은 건가? 남편과 나 모두에게 첫 방문인 노들섬. 작정하고 돌아다녀보니 평생 살아온 서울에조차 우리가 안 가 본 곳이 이렇게나 많네.
용산과 동작을 가로지르는 육교를 한강뷰 감상하며 유유히 건너면 제법 큼직한 섬이 기다리고 있다. 피크닉, 공연, 전시, 강연 등이 섬 전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제일 먼저 들린 노들 갤러리의 후지필름 포토페스타 ‘천 개의 꿈’ 중 서울기록 프로젝트 전시가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매일 똑같은 퇴근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일인가구와 이민자들, 시민공원과 밤거리 등을 포착한 사진들을 통해 익숙해서 반가운 동네뿐 아니라 미처 몰랐던 서울 곳곳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EBS 스페이스 공감이 기록한 ‘한국 대중음악 20년’ 전시에서 전설이 된 가수들의 음악도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한 소절이 적힌 가사지도 챙기고, 방문객들이 각자에게 울림이 있었던 가사를 직접 기록해 보는 곳도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노래 또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노들라운지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공감재단과 디스크리트레이블이 협력해 진행중인 ‘랜덤 다이버시티’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들이 말하면 단체로 따라하는 선인장 숲에서 목놓아 엄마 엄마를 외치고 객체인식 AI 카메라 앞에서 콘트롤러 스위치를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누르며 셀피를 찍고 전시공간 중앙의 집중의 삼각지대에서 인지력, 순발력, 기억력 게임을 하고, 같은 라운지 내 열린책방이자 쉼터인 노들서가에서 직접 쓴 글과 그림이 출력되어 낙엽처럼 떨어지는 커다란 나무모양의 인터랙티브한 설치작품 앞에서도 재미있게 놀았다.
내가 방문한 날은 K컬쳐 특별주간을 맞아 준비한 K팝 떼창데이라 뉴진스님이 등판예정이었고 자라섬 느낌나는 야외공연장의 무대설치가 한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관계상 먼저 나와야해서 아쉬웠지만, 빽빽한 아파트숲에서 잠시 벗어나 널찍하게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고 가는 것만으로도 여유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최근에 들린 마포의 문화비축기지도 그랬고, 활용도가 떨어지는 옛 공간을 재생하려는 서울의 부지런한 시도로 인해 휴식처가 점점 다양하게 확보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덤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이런 시설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도 살아가는 도시와 동네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서로 생각이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이 모이고, 교류하며 즐길 수 있는 장이 여기저기 깔리니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려다 펼쳐놓으면 이리저리 뒤섞여 자유롭게 뛰어놀아주는 것도 만족스럽다.
몰라서 안 가 본 노들섬!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품는 도심 속 안식처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만간 선유도와 밤섬도 도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