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초 겨울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 처음으로 전문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매서운 겨울 추위에 바들바들 떨렸던 제 몸처럼, 아이들과 첫 대면을 앞둔 제 마음도 떨려왔습니다. 그 때 만난 아이들은 초등 4학년, 초등 5학년 자매였습니다. 처음 만난 우리는 아직은 처음이라 어색한지 서로 서먹서먹한 관계였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제가 준비한 내용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수학 테스트였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30분 이내에 해결할 수 있을 만큼의 문제를 테스트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는 예상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를 했고, 긴장한 표정이 보였습니다. 초등 아이들은 대부분 기본 내용과 연산을 알고 있으면 계산이 가능한데, 아이의 눈에 어려워하는 표정이 너무 읽혀졌습니다. 채점과 동시에 풀이를 진행하면서 차근차근 한 단계씩 알려주니 아이들은 그제서야 끄덕이면서, 이해하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테스트가 끝나고 아이들의 공부 습관과 현재까지 어떻게 공부를 해왔는지? 수학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체크를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연산 관련으로만 공부를 해왔고, 집에 배송이 되는 학습지를 풀었는데, 체크가 안 되다 보니 문제집은 너무 깨끗했습니다. 매달 배송된 학습지 내용은 아이 혼자 해결하기엔 어렵고, 탭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도 스스로 학습 관리가 되지 않으니 당연히 수학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창 코로나가 심할 때,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고 그 안에서 학습에 대한 결핍은 더 심해 졌으리라 예상 했습니다. 더군다나 부모님도 맞벌이로 일하시다 보니, 아이를 계속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사항인지라, 더 안 좋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외를 시작하기로 어머님과 이야기가 끝나고 문제집을 선택해서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뿔싸 현학년도 연산이 너무 더뎠습니다. 학습의 공백이 있었기에,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눈을 바라보며, “학교에서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거 어느 정도 이해하니?” 라고 물으니, 거의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결심했습니다. 그 전으로 더 돌아가야겠다!
전 아이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상처를 받을까 봐 좀 더 수월한 한 학년 낮춘 문제집을 선물하면서 “우리 방학 동안에 이거 끝내고 다음 학년 것도 해보자! 지금 못한다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그런 거 아니야. 민서가 수학에 대한 자심감이 없어서 그래. 선생님하고 같이 하면 꼭 잘 할 수 있을 거야!” 아이를 격려하며 우리는 정말 열심히 방학 동안 공부하였습니다.
주 2회 2시간을 꽉 채워 수업했고, 한 학년을 내려서 수업하니 아는 문제가 나오고 아는 내용이 나오니 좀 더 재밌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0문제 중 5개 틀렸다가 차츰 3개, 2개, 1개로 점차 틀린 문제의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틀린 문제는 무조건 반복하고, 왜 틀렸는지 설명하고 다시 풀어 보게 하고, 반복과 수많은 연습이 지속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잘 따라와 주었고, 초등 3,4학년 과정의 수학내용을 2달의 겨울방학 동안 완벽하게 끝냈습니다. 마지막 문제집 풀고 테스트 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 저 정말 잘했죠! 이제 수학이 너무 재밌어요!” “와~우리 민서 너무 너무 대단해! 선생님도 진짜 믿을 수가 없다. 우리 민서가 이렇게 잘 해낼 줄 누가 알았겠어! 너무 잘했어!”
그렇게 수학이 제일 어렵고 힘들었던 수포자 아이는 이제 수학이 제일 재밌고 즐거운 과목이 되었습니다. 기초부터 다시 탄탄히 다져지니 학교 수학 시간도 즐겁고, 문제 푸는 것도 즐겁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서 제일 잘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말합니다. 요즘 두 아이를 바라보면 제가 더 흐뭇합니다. 너무 잘 따라 와 줬고,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을 텐데, 싫은 내색 없이 열심히 해 준 아이에게 너무 고마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