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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피 May 27. 2024

생텍쥐페리의 고향에 가다

제 3의 도시, 리옹

어릴 적 누구나 알던 필독 도서가 있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구절로 유명한

‘어린 왕자’


모두들 알고 있고, 족히 한 번은 읽어보진 못 했어도 들어는 봤을 작품이다.

물론 그 저자와 함께

저자는 Antonie de Saint-Exupery, 앙투앙 드 생텍쥐페리이다.

프랑스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리옹이라는 도시를 알아보며 나는 생텍쥐페리의 고향인 걸 그 당시에 알게 되었다.


어린 왕자 책을 정말 좋아했다고 자부하는 나는 좀 창피해지는 순간이었다. 좋아하는 책의 작가의 고향도 몰랐다니(?)

그의 이름에서 프랑스 사람이란 건 단번에 느꼈지만, 고향을 생각해 보려 하진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폴 세잔의 생가는 찾아갔으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리옹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난

생텍쥐페리의 또 다른 명작 ‘야간 비행’을 읽었다.


이 작품을 아는,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왕자와는 다른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었다.

어린 왕자가 희망과 긍정을 찾는 작품이었다면,

야간비행은 인간의 절망적인 모습을 표현했다.


야간비행을 읽었기에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리옹은 생텍쥐페리의 고향이다. 그에 생텍쥐페리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나는 부푼 마음을 떠안고 그를 보기 위해 길을 찾아갔다.

사실 동상을 몇 번이고 지나쳐가며 길을 잘못 들었나 해당 블록을 계속 돌았다.

건너편의 Le Petit Prince 서점이름을 보고 깨달았다.

이 외롭고 황폐한 동상이 그의 동상이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리옹에서 태어나 떠난 연도와 그의 이름, 그의 명작 어린 왕자가 꾸며져 있었다.

많은 어린아이에게 상상의 나래와 희망을 보여준 어린 왕자가 서있지만,

느낌과 분위기는 ‘야간비행’의 절망과 다름없었다.


유럽의 기념비적 동상은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 문화는 어떤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 녹아들 듯 그저 지나쳐가듯 삶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하여도,

처음 생텍쥐페리를 만났을 때의 느낌은 파비엥을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도시, 리옹은 어린 왕자 그 자체였다.

따스한 햇살이 건물 위에서 사람들을 빛나게 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강물은

바오밥나무에 들어있는 물을 나타내듯 가득 출렁이고 있었다.

리옹은 신기한 도시였다.

앞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풍경을 만끽하고, 외로운 생텍쥐페리를 보는 것처럼

상반된 감정을 번갈아 느낄 수 있다.


위에 보이는 건물은 리옹의 대성당이다. 그저 언덕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해당 성당까지 걸어 올라가려면….

옛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니 다리에 쥐가 나는 줄 알았다.

그렇게 40분가량을 올라가면, 정말 압도적인 크기(그냥 도시에 있는 성당들보다)를 자랑하고 뒤편에는 성당 꼭대기의 금빛 마리아 성도 볼 수 있다.

리옹 대성당에 올라오는 이유는 성당에 가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다.

바로 리옹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경이 있기 때문이다.


언덕을 본 절망, 위에 올라와서 볼 수 있는 상상의 나래와 희망

리옹이 프랑스 미식의 도시로도 불리지만, 생텍쥐페리의 도시인 이유는 명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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