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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Apr 23. 2024

나의 배우자 조건

나의 배우자 조건은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에서 작성되었다.


나는 키스하는 상상을 해 봤을 때, 더 발전적인 상상도 가능한 외모의 남자와 연애 후 결혼하고 싶었다.


나는 나와 비슷한 학벌을 가진 남자를 배우자로 원했다.

나는 내 남편이 될 사람은 적어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예체능 관련 교육을 해준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어릴 때부터 예체능 관련 지원을 받았던 나는, 예체능 교육의 힘을 알기 때문에, 나와 유년기에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야 이후 혹시나 태어날 우리 자녀들에게 비슷한 교육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미래의 배우자에게 원한 외적인 조건들도 있었지만(대학을 나와야 하고, 어린 시절 예체능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함),

나는 나의 미래 배우자에게 원하는 내적 조건이 더 많았다.


나는 남들이 보기에 인물 좋고 학벌이 좋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물고 뜯고 싸우다가 이혼한 부부를 부모님으로 두었기 때문에 외적인 조건은 배우자로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 것이라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나는 똑똑한 사람보다 지혜로운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보고 가방끈이 길고 유학을 가고 어쩌고 저쩌고 보다는!

삶의 지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 학벌이 좋거나 직업이 좋은 것 보다도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물론 돈은 한 푼도 벌지 않지만 정서만 건강한 사람을 만나도 상관없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ㅋ


나는 친절과 배려는 지능에서 비롯된다는 내 의견에 같이 동의해 줄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1. 나는 무엇보다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딸인 나는, 내가 의식하지 않는 순간 종종 나의 기분이 표정과 말투 그리고 단어로 뱉어지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처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사람,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었다.


2. 나는 힘든 일이 있어도 유머를 잃지 않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힘든 일이 있을수록 그 안에서 장점을 찾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나는 유머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긍정적인 말들과 농담을 통해 불쾌한 기분과 상황을 환기시켰다.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세미 나르시시스트 아빠의 딸로 자라면서, 집안에 힘든 상황이 있을 때마다 유머로 상황을 유쾌하게 넘기는 것을 통해 힘든 마음을 보살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3. 나는 서로에게 상냥한 말과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 가진 가장 좋은 점이라는 것을 아는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막말을 하고, 자신의 바닥을 보여주는 것이 일상이던 부모님과 언니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늙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4. 나는 내가 연애하면서 고칠 첨을 발견한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연애 시절 남자에게 콩깍지가 씐 나머지, 별로인 점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해 결혼한 후 애들 때문에 산다고 늘 말하는 나의 엄마, 이모 고모들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이것 하나만 아니면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것' 뒤에 더 많은 문제들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꼬셔야 하는 연애 기간에 모두가 각 잡고 긴장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긴장하며 꼬시기 위해 노력하는 연애 기간에 조차  단점과 고칠 점이 보인다면 그 사람은 연애는 모르겠지만, 결혼하기에는 썩 좋은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5. 나는 가족끼리 스킨십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X소리라는 점에 동의하는 사람과 살고 싶었다. 이 말은 정말 미친 말이라고 생각한다. 섹스도 안 할 거면서 왜 결혼을 하지? 그냥 솔로로 사는 게 더 좋지 않나? 가족이 되면 스킨십에 대한 긴장이 느슨해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 정도만 적어도 내가 원했던 배우자의 내적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내가 소개팅은 100번 가까이하면서도 35살 전에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다녔던 이유가 있다.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도 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되려면 35살 정도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갖추지 못한 내적 조건을 상대에게서 바라지 말자'라고 생각했다. 이런 조건을 가진 남자가 있다면 그는 유니콘 일 것이고, 그런 남자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다수의 소개팅을 통해 깨달았다. (소개팅은 사실 나 스스로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이다.)


나는 내가 사귀었던 남자 친구들을 내가 가진 배우자 기준을 바탕으로 비판하다가 결국에는 나 스스로를 비판하게 되었다.


나는 매번 내가 정한 결혼하고 싶은 배우자 기준에서 탈락했고, 나 스스로 조차 갖추지 못한 것을 남에게 바랄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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