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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erine Sep 25. 2023

결혼 전 엄마와 연을 끊었다

엄마가 나르시시스트라니

처음 '나르시시스트'라는 존재에 대해 알게 된 후, 나는 논문이라도 쓸 기세로 열심히 나르시시스트에 대해 공부했다.


처음에는 환희에 차서, 신기한 신문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하루 종일 찾아낸 책들을 읽었다.  

나르시시스트와 나르시시스트 부모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서 나는 30년 동안 엄마가 불편했던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하고 안심했다.

왜 내가 그렇게나 많은 날들을 힘들어하고 울며 보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은 엄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듯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며 엄마가 짠해진다는데,

나는 왜 엄마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차가워지고 심장이 조여오며 내가 짠해지는지 이해가 됐다.


하루종일 책을 읽었다. 잠도 안 자고 새벽까지 밑줄을 그어가며 책들을 정독했다.

나와 비슷한 예시에는 메모를 하고, 내가 겪었던 것과 비슷한 사연에는 분노하며 공감했다.


책에서 나르시시스트 엄마들이 하는 말의 예시들이 우리 엄마가 했던 말과 정확히 일치할 때가 많았다.

"그래! 나도 이런 말을 들었다고!" 혼자 중얼거리며 반가워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만큼 아프고, 상처되는 말들을 나도 평생 들어왔다고!!라고 생각하며 책을 통해 위로받았다.





위 책 중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 >를 가장 추천한다.


이 책들은 전부 추천한다.


위 책 중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이 책을 가장 추천한다.



책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아래 항목 중 5가지 이상이 해당된다면 나르시시스트이다.


1. 자신의 성취나 능력에 대해서 과장되게 표현한다.

2. 성공과 권력에 대한 집착이 심하고 본인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태도가 돌변한다.

3. 자신은 특별하다고 느끼며,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특별한 사람들 만이 자신과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본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숭배를 바란다.

5. 본인 스스로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받기를 원한다.

6. 대인관계가 목적 지향적이며,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죄책감 없이 이용하고 착취한다.

7.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지만 본인에게는 모두가 공감해 주길 바란다.

8. 남들을 끊임없이 질투하며, 남들은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착각한다. 다른 사람들을 쉽게 비판하고 깎아내린다.

9. 오만하거나 거만한 생각과 태도를 보인다.

10. 타인의 약점을 찾아 비난하고 깎아내리며 이를 즐긴다.

11.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비판에 매우 민감하며 인신공격으로 간주한다. 때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한다.


위 특징들은 나의 엄마 언니와 똑같았다. 나르시시스트의 모든 특징이 엄마와 언니와 일치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받으며 모든 책과 유튜브 영상들을 섭렵해 갔다.

책에 인용된 나르시시스트 관련 논문들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석사과정을 하며 논문을 쓰던 때만큼 열심히 나르에 대해 공부를 했다. 나르시시스트 관련 영어 논문을 읽을 때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과거의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나르에도 종류가 많은데, 그중 내 엄마는 어떤 특성에서는 외향적 나르이고, 어떤 특성에서는 악성 나르시시스트였다.

자녀인 나도 이름이 있었는데, 나는 스케이프 고트였다. 겉으로는 매우 자신감 넘치고 밝아 보이는 내가 왜 자존감이 낮고 남들 눈치를 많이 보는지 알게 되었다.


하루종일 나르에 대해 공부를 하고, 남편이 집에 오면 조잘조잘 관련된 얘기를 늘어놓았다. 나르시시스트 관련 책과 영상을 통해 그 누구에게도, 어디서도 받을 수 없던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이제 나르시시스트인걸 알았고, 대처 방법도 알았으니 엄마와 언니를 마주해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며, 나는 결정을 해야만 했다.


나는 엄마, 언니와 가족의 연을 끊기로 했다.



내가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과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결혼식에 엄마와 언니가 안 온다는 건 심각한 문제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결혼식에 본인의 엄마와 언니를 초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신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내 결심은 단호했다. 나는 그 당시 이미 식장을 예약해 둔 상태였고, 예약을 취소할 수 있는 시기였다.


남편에게 엄마와 언니를 결혼식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스몰 웨딩을 하고 싶다고 용기를 내서 얘기했다. 남편은 알겠다고,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했다. (지금도 무한히 내 편이 되어주는 남편에게 늘 고맙다.)


내가 고등학교 때 엄마랑 이혼한 아빠는 전화로 내가 여태까지 겪은 사건에 대해 설명하며 절연의 이유를 설명하자, 내 이야기를 다 듣고서는 곧바로 너 맘대로 하라고 하셨다. (아빠가 엄마와 과거에 있었던 얘기도 몇 개 들려줬었는데, 듣던 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각했다.)


남편 부모님께도 몇 번씩 설득을 했다. 시부모님은 처음에는 내가 많이 힘들었겠다고 걱정을 해주셨고, 정말 많이 속상해하셨고 나중에는 내가 내 선택을 후회할 까봐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남편이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엄마 아빠는 상상도 못 할 거라고 하며 내 편을 들어주자, 결국 남편 부모님은 내 엄마 언니가 결혼식에 안 오는 것에 대해 이해를 해주셨다.  


결국 스몰 웨딩은 하지 못했지만 결혼식 전부터 나는 엄마 언니와 절연을 했고 신혼인 지금도 그 관계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엄마 언니와의 기억이 나를 괴롭혔고, 하루종일 그 기억에 몰두하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내 선택에 대한 죄책감이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다.


나 스스로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지난 기억들을 마주하고 나 자신에 대해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경험을 글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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