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향 Jun 10. 2024

샘물

2000. 그의 편지.

우리 동네 한가운데 조그만 샘물이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이곳에 와서 빨래를 했지요.


신기하게도 그 샘물만은 오랜 가뭄이 와도 마르는 일이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별로 깊지 않았던 샘물을 모두 퍼낸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뿐 다음날 샘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넘치지도 않고 말이죠.


그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만 생각되었던 소년이 어느덧 자라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샘물처럼 그녀를 사랑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뜨거운 가슴을 가졌지만 넘치지 않고 짧은 오해와 질투로 사랑을 마르게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는 오늘도 조용히 되뇌입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힘들고 목마를 때면 언제라도 좋습니다. 당신을 위해 변함없이 이곳을 지키겠습니다.'


소년의 키와 마음이 훌쩍 자라 버린 지금도 그 샘물은 여전히 그곳에 그렇게 맑은 물을 채우고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처럼.



작가의 이전글 견물생심(見物生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