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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포리즘 Nov 13. 2023

29. 밥 숟가락만큼

시인과 동화작가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동시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정이 많은 민족이라고 했다.

우리는 정을 주고받으며 그 어렵고 힘든 시절을 이겨냈다.

가끔은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이웃 누구 하나에게도 소홀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는 넉넉한 마음이 있었다.      


지금 아이들은 모르는 말 중에 ‘까치밥’이라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 감나무의 감은 겨울 내 요깃거리로 모두 따서 말려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몇 개는 따지 않은 채 그대로 두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물어보면 까치가 먹을 걸 남겨둔다는 묘한 말을 하셨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까치밥을 남겨두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 자신의 것에 대해 철저하게 집착하고 남에게 인색해진 세상 속에서 그 시절 먹고살기 어렵던 순간에도 미물에게 마저 먹을 것을 남겨두는 조상의 정을 알게 되는 순간 우리의 삶에 대한 새로운 반성을 하게 된다.     

반찬 한 가지를 하면 옆 집과 나누다가 다시 반찬을 받아오는 과정을 몇 번을 왕복하던 기억은 새롭다. 지금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사는 현실이 부끄러운 것이고,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점점 사라져 가는 말이 되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오래전 한 엽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이 연말연시 이웃들에게 보내는 엽서에 작은 숟가락이 담겨 있었다.

그 엽서에는 숟가락을 보면서 오늘 밥값은 하고 살았는지. 주변에 배고픈 이웃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는 글귀가 담겨 있었다.      


숟가락 사진을 물끄러미 보면서 마음 한 곁에 깊은 울림이 있었다.

바쁘게 살아오던 오늘 하루에 나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삶을 살았던 것인지 궁금하다.

그보다 나 자신에 대한 이기적인 생각을 넘어 나와 함께 하는 이웃들에 대한 따듯한 정을 나눌 생각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정이라는 말이 새삼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세상의 각박한 실 속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시 정의 사회로 돌아가야 할 만큼 우리 사회의 간극과 아픔이 커지고 있다.

내가 가진 정을 조금이라도 나눌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다.      





밥 숟가락만큼  


             

한 번 주면 인정 없다

엄마는 꾹꾹 눌러

밥을 두 번 담는다  

        

바쁜 아침 눈 비비고

세수도 다 못 한 채 뛰어나가면

엄마는 문간까지

숟가락을 들고 온다    

      

한 숟갈만

먹으란다  

        

엄마의 밥숟갈에

고기 한 점 놓여 있다   

       

밥 한 숟가락 먹어 주면

밥 한 그릇만큼

엄마가 웃는다     




#작품 소개


바쁜 아침 시간마다 엄마는 가족들을 깨우고 식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지요. 출근 준비하는 아빠를 돕느라 바쁜데 아이들은 아직도 졸린 눈으로 이불속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 식사라도 하고 가면 좋으련만 늑장을 피우다 결국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고 급하게 뛰어 나가기 마련이죠.

밥 한 숟가락이라도 먹여서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가족들은 알고 있을까요? 이 시에서도 엄마는 아이들 밥 먹이려고 숟가락을 든 채로 조바심을 내고 있네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맛있게 차려주신 식사를 하고 가면 좋겠습니다. 엄마의 고마움에 대해 늘 감사를 표하는 가족들의 인사에 온 가족의 행복이 있습니다.

바쁜 아침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품 속 가족의 일상과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밥 먹게 하려고 숟가락에 고기 한 번 올려놓은 엄마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고기 놓인 밥 한 숟가락만 얌체처럼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재미를 주네요.




#창작 아이디어


우리 가족의 아침 풍경은 어떤가요?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 시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나요?

가족 간의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은 바로 식탁입니다. 식사시간만이라도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또한 건강을 위해서도 균형 잡힌 엄마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침식사를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함께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의 식사 습관, 좋아하는 음식을 소재로 해서 동시를 써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빠는 육식공룡, 엄마는 채식토끼 같은 비유를 들어 동시를 쓸 수도 있고, 아빠 뱃살 줄이기 대작전 같은 가족 간의 건강을 위한 식사 습관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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