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나간 자리
바람이 저녁의 끝자락을 스치고
잠든 골목의 그림자마저 흔들릴 때
내 마음은 먼 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이름 하나를 떠올린다.
말없이 피었다 지는 들꽃처럼
하루는 내게서 빠져나가고
남은 것은 손끝에 맺힌
아주 얇은 슬픔뿐.
그러나 흔들리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는 사실을
나는 오래 바라보며 알게 되었다.
기억은 늘 뒤늦게 찾아와
내 어깨 위에 무게를 얹고
별빛처럼 잔잔히 스며들어
하루를 다시 밝힌다.
이름 한 줄, 숨결 한 조각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오늘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다시 조용히 길을 걷는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새로운 마음이 돋아난다.
분위기를 더 미니멀하게, 더 슬프게, 더 희망적으로, 혹은 특정 인물에게 건네는 시로도 다시 만들어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