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문규 Apr 21. 2016

오키나와 1일차 : 코우리대교, 사계의 색

카페가는 길에 만난 '코우리 대교'
오키나와 코우리 대교, Pentax ME Super

코우리대교는 총 길이가 2Km나 되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긴 다리이다. 사실 코우리 대교에 실제로 가보기 전까지는 "와~엄청 긴 다리래~ 양 옆으로 보이는 풍경이 끝내준데~ 건너가는데 꽤 걸린데~" 

라고 생각했었고,

초입부터 설레는 맘으로 달렸는데 웬걸...


"음~ 벌써끝이야? 더 없어?"하는 소리가 자연스레 나왔다.

뭔가, 아쉽고, 허무한 느낌을 가지고 주차를 한 후 휘~ 둘러보았다.

10월.

천고마비의 계절.


한국의 거리에는 은행나무 열매 냄새가 진동하고,

벌거벗은 가지들이 하나 둘 드러내며,

일교차로 인한 병원 출입이 가장 많은 이 때!

따뜻한 남쪽 나라로 피신한 우리의 눈 앞에서,

10월의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여기선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해수욕이다.


곳곳에 아름다운 해변들이 즐비했지만 우리에겐 언감생심.

정확히 말하면 단짝과 나는 물을 기피한다.


단지 여자친구는 즐기고 나와 뒷정리(?)하는게 '너무나 싫은게' 그 이유이고,

나는 그냥 물을 무서워한다.

흠...


블루씰 아이스크림

무서운 물을 뒤로한 채 오키나와에서 유명하다는 '블루씰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기로 했다.

나는 베니이모(자색고구마) '콘'으로,

여자친구는 '컵'으로!


다들 다양하게 사먹던데 우린 지극히 개인주의라 나눠먹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역시나 맛은 달달하니 걍 고구마 아이스크림맛 같았다는...

정말로, 슬프게도 맛 평가가 세상에서 제일 어렵다...


진짜 목적지인

농원찻집 '사계의 색'으로

오키나와 사계의 색, Nikon D50

입구부터 딱!하고,

입 쩍벌린 시샤 한 마리가 우릴 제일 먼저 영접했다.

휴... 역시나 봐도 적응안되는 녀석이다ㅠ


일단 내부로 들어가볼까?

우리가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오후 5시정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참 사람맘이라는게...

사람많으면 '많다' 싫다하고,

없으면 또 '없다, 썰렁하다' 하고...


사실 우리끼리만 있어도 좋았던 장소가 분명 있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 기대했던 탓인가,

날씨 탓인가,

고양이 탓인가 뭔가 모르게 분위기가 우울했다.

(난 고양이가 무섭다 ㅠㅠ 근데 밥먹는 내내 고양이가 밥상으로 뛰어올라왔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는 내내 기겁을 하며 먹었다.

오키나와 사계의 색, Nikon D50

하지만 이 무례했던 냥이는 (급 애정돋음) 후에 우리에게 잊지못할 사진을 선사해줬다...

이 사진은 우리 결혼식날 포토테이블에 올려놓을 생각이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

한걸음 물러나 우리가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는 느낌과 직접 앉아 본 그 느낌은 판이하게 달랐다.


자연속에서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밥을 먹으면서도 그 풍광 속에서 '나도 살아보겠다'는 작은 벌레들 때문에 밥먹기가 힘들었고, 앞에 언급되었던 냥이의 습격은 진저리치게 무서웠고, 해질녘 날씨 또한 음산해서 우리의 기억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인이 일이있었는지 마감이 7시인걸로 확인하고 갔는데 우리 식사 끝나기도 전부터 부산스럽더니 우리 나옴과 동시에 마감을 했다.


미안해요- 농원찻집,

기대 이하였어요.

오키나와 사계의 색, Pentax ME Super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기대했던 것만큼 커다란 감흥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행 후 감춰놨던 사진들을 끄집어내는 순간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한 빛'으로 둔갑하기도 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오키나와 1일차 : 야치문킷사시사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