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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흠 Jan 22. 2024

주짓수 체육관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1)

오늘 체육관에 갔다가 너무 난감한 일을 겪었다. 오늘은 평소 나가던 타임이 아닌 다음 타음으로 운동을 나갔다. 처음 보는 파트너와 기술 연습을 하는데 도복에서 기분 나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진짜 농담 안 하고 시큼하면서 쾌쾌한 코를 찌르는 냄새였다. 마침 오늘 기술이 압박을 이용한 가드패스 기술이었는데 몸에 깔려 얼굴이 짓눌릴 때 순간적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냄새에 구역질을 할 뻔했다...

냄새가 나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면 실례가 될까 봐 꾸역꾸역 참아가며 기술 연습을 했다. 관장님이 기술 설명을 할 때 내 머릿속엔 냄새를 어떻게 참아낼까 하는 걱정에 설명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1시간이 지나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날아다녔다. '아니! 본인은 냄새가 그렇게 심하게 나는 걸 모르나!?', '아냐 그런 병이 있는 사람도 있다는데 일부러 안 씻어서 그런 게 아닐 거야', '하지만 다음에 또 파트너가 되면 어쩌지...'

도저히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지 않아 흠관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참 난감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체육관을 운영하다 보면 학생분들께 종종 그런 고민을 듣습니다."

"그때 관장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먼저 기분 상하지 않게 전체 공지로 도복 세탁과 청결유지를 요청드립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따로 불러서 부탁을 드리거나 어린 학생이라면 부모님께 연락을 드려 부탁을 드립니다."

"관장님께서도 말하지 난감하시겠어요..."

"저도 한때는 그런 말을 했다가 기분 나빠서 그만두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말하기를 망설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미국으로 지도자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 헤너 그레이시가 한 말을 듣고 그때부턴 태도를 바꿨습니다.

헤너 그레이시가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는 것이 지도자입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지도자인 내가 어려워하면 그로 인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짧지만 많은 의미가 함축된 말인 것 같네요"

"맞습니다. 많은 체육관에선 위생 문제로 인해 흰 도복만 입게 하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 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제가 직접 겪고 나니 이해가 됐습니다. 저희 체육관도 예전엔 유색 도복을 입는 것을 허용했었는데 검은색이나 파란색 도복은 도복이 더러워져도 잘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위생 관리를 잘하지 않는 분들은 도복 세탁을 길게는 한 달 내내 안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지금 흰 도복만 입는 문화로 바꾼 후엔 그런 일이 없어졌습니다."

"한 달이요?! 우웩!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아까 그 냄새가 떠올라서...."

"ㅎㅎㅎ 괜찮습니다. 체육관 지도자에게 말씀을 드리고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오늘도 감사합니다."


흠관장님과 통화를 하고 속이 조금은 후련 해졌다. 우리 체육관뿐 아니라 다른 곳도 그런 사람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해외 주짓수 시합에서 어떤 피부병이 전염되어 출전했던 선수들이 고생을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이후로 한 지도자는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씻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땐 '무슨 다 큰 성인한테 씻는 법까지 알려주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일을 겪고 나니 충분히 필요한 교육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체육관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할 때도 냄새 관리에 더욱 신경 쓰기 시작했다. 혹시 나도 모르는 나의 냄새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 생각해서였다. 냄새의 주원인인 입냄새를 위해 양치 후 꼭 가글과 치실을 했다. 샤워를 더 자주 하고 옷에 뿌리는 탈취제도 후기가 좋은 제품을 찾아 구입했다.

그러자 주위에서 나한테 좋은 냄새가 난다며 어느 제품을 쓰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주짓수를 다니며 느꼈던 불편함을 반대로 일상의 좋은 영향으로 바꾼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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