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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버리KAVORY Oct 26. 2023

돈카츠, 남자의 로망

부산 톤쇼우

남자의 음식이라 불리는 3가지가 있다. 국밥, 제육볶음 그리고 돈가스.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케 유타카'씨가

돈카츠는 호쾌한 남자의 음식이라 말했다.

어쩌다 돈까스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을까?


역사적으로 사냥과 전쟁을 겪어 오며

남성들은 더 큰 체격과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해왔다.

오늘날에는 성별에 따른 역할이 무색할 만큼 사회가 변화했지만

그 DNA 속에 남아있는 식습관은 무시하지 못하나 보다.


돈까스냐 돈가스냐 돈카츠냐 논란이 생길 순 있지만

사실 크게 중요하진 않을 것 같다.

표준어는 '돈가스'가 맞고, '돈가스'는 일본의 '돈카츠(Tonkatsu)'에서 따왔으며

'돈까스'는 '돈가스'와 '돈카츠'의 중간 표현쯤 되며 일생 생활에 편하게 불리고 있다.


이번에 다녀온 부산 '톤쇼우'의 그것은 정확하게는 '돈카츠'가 맞을 것 같다.

메뉴판의 표현도 '히레카츠', '로스카츠' 등 일본식으로 표기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 부산 톤쇼유 광안리점 >

부산에 위치한 톤쇼우는 부산대를 본점으로 두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광안리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훌륭한 돈카츠 집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곳을 가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유명한 곳들을 많이 가봤고,

지금까지는 합정에 위치한 '카와카츠'를 원탑으로 꼽고 있었는데

이제 그 기준이 바뀌게 될 것 같다.


광안리점은 직영 2호점이며 캐치테이블 기준 하루 평균 웨이팅이 800팀에 이른다.

물론 800팀이 모두 방문하지는 못 할 것이다.

좌석수와 회전율을 감안해 보았을 때 웨이팅을 포기하는 팀도 있을 것이고

일행들이 동시에 웨이팅을 시도해서 다소 부풀어진 경향이 있다.

< 10월 23일(월) 오전 11시 30분 웨이팅 현황 >

매일 오전 10시,

캐치테이블에 온라인 웨이팅이 시작이 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200팀의 웨이팅이 발생한다.


우리 일행 4명은 운 좋게 웨이팅 번호 10번으로

오픈 첫 타임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영업이 11시부터 시작되어 밖에서 잠시 기다리다

들어갔는데 이미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온라인 줄 서기로 매장 앞이 혼잡하지 않아 좋았다.


매장 내부엔 바 형태의 긴 테이블과 뒤쪽 벽면으로

웨이팅 좌석이 길게 늘어져있다.


여름이나 겨울에 웨이팅 알람을 받고 미리 와있어도 쾌적하게 대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톤쇼우 광안점 건물에는 커피 프랜차이즈인 '텐퍼센트 커피'가 입점해 있는데

웨이팅 중에 커피를 즐기며 기다릴 수도 있는 훌륭한 구조.

사실 톤쇼우는 텐퍼센트 커피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톤쇼우 광안리점 내부 >

2열로 세팅된 오픈 키친과 뒷주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1열에서는 주문과 음식 서브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2열에서는 돈카츠를 튀기는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서있다.


숙성된 돼지고기를 뒷주방에서 잘라서 조리 전 상온에 꺼내둔다.

차가운 고기를 바로 꺼내어 튀기면 냉장온도로 인해

중심부까지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인 듯하다.


튀김옷을 입히고 3대의 탁상용 튀김기에서 저온으로 익힌다.

저온에서 익혀내어 육질이 부드럽고 핑크빛이 도는 완벽한 상태로 조리가 된다.

내부 온도가 잡히면 겉을 바삭하게 하기 위해 고온에서 한 번 더 튀겨낸다.

여담이지만 이 튀김기가 중형차 한 대 값이라는 소문이 있다.

< 고온에서 2차로 튀겨지고 있는 톤쇼우의 카츠 >

요즘 유명한 돈카츠 집들을 가보면 튀긴 후에 오븐에서 기름을 빼며

튀김옷을 더 바삭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톤쇼우는 그 과정을 숯불에서 대신한다.

< 숯불에서 기름을 빼는 중인 로스카츠 >

이 과정을 거치며 약간의 숯불향이 배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은은하게 숯향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접시에 담아 제공한다.

전체 조리 과정이 오래 걸리지만 웨이팅 시에 메뉴를 주문하기 때문에

입장 시간에 맞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 컷팅 후 접시에 담기는 히레 카츠 >

일본식 돈카츠들이 잘라져서 나오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일본의 식문화 때문이다.

경양식 돈카츠와 달리 포크와 나이프 대신 젓가락으로 돈카츠를 집어 먹는다.

우리는 4명이 방문해서 아래와 같이 주문했다.


버크셔 K - 특 로스 카츠 ( 18,500원 ) - 2개

히레 카츠 ( 12,500원 ) - 2개

카레 ( 3,000원 ) - 2개


< 버크셔 - K 특 로스 카츠 > 

버크셔-K는 영국의 버크셔 지방의 돼지를 개량하여 국내화 한 돼지고기 품종이다. 일반 돼지보다 육질이 붉고 지방층이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한우의 마블링도 그렇듯 지방에서 오는 맛이 퀄리티를 좌우한다.


톤쇼우의 시그니처인 버크셔-K 특 로스 카츠는

매일 한정된 수량만 팔기에 점심시간 이후에는

사실상 맛보기 힘들다고 한다.

특로스는 등심에 가브리살이 붙어 있는 형태로 지방이 더 많이 붙어있다.

한 입만 먹으면 가히 최강의 돈카츠라 할 수 있다.

다만 한 접시를 혼자 다 먹으면 다소 물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히레 카츠를 함께 주문해 균형을 잡았다.

부드러우면서도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어 다시 맛보고 싶은 히레 카츠.

< 톤쇼우의 히레 카츠 >
< 톤쇼우의 에비 카츠 >

참 운이 좋은 에피소드가 있어 에비 카츠(새우)는 서비스로 제공받았다.

에비 카츠도 매우 훌륭했지만 너무 뛰어난 주연들이 버티고 있어

주목받지 못하는 조연 같은 느낌이었다.

< 테이블에 비치된 소스 >

테이블 위에는 5가지 소스가 준비되어 있다.

말돈 소금, 돈카츠 소스, 레몬 코쇼, 유자 드레싱, 김치 시즈닝.

유자 드레싱은 양배추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되고,

김치 시즈닝은 이용하지 않았지만 돈카츠에 한 번쯤 뿌려먹으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난 말돈 소금 + 레몬 코쇼 조합이 가장 좋았다.

레몬 코쇼는 흔히 유즈 코쇼(유자 후추)라고 불리는 일본식 소스의 레몬 버전인 듯하다. 유즈 코쇼는 야키토리 집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요즘 돼지고기구이집에서도 와사비 대신 제공하는 곳도 있다.



< 기본 제공 되는 밥과 돈지루 >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3,000 원에 주문 가능한 카레도 중간중간 곁들이기에 너무 좋다.

밥과 함께 제공되는 돈지루 역시 따로 주문해서 먹고 싶을 정도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메뉴였다.


음식을 먹고 나면 그럴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맛.

톤쇼우가 딱 그랬다. 함께 간 동생도 와이프 데려와서 맛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밝히긴 어렵지만 기분 좋은 에피소드와 함께 했던 톤쇼우라서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 온다면 모듬 카츠를 주문해 골고루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오는 분이라면 가급적 버크셔 - K 특로스를 한 번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맛도 맛이지만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웨이팅부터 입장, 조리, 식사까지 잘 정리된 프로세스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직영 모델로 서울에 진출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곳.


모르긴 몰라도 내년 2월 발표되는 미쉐린 가이드 부산 편에 톤쇼우가 빠진다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평범한 돈까스와 제육볶음에 지친 남자라면

남자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톤쇼우로 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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