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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버리KAVORY Oct 30. 2023

미쉐린 1스타, 모두가 주목하는 레스토랑

서울 압구정 솔밤 : 3스타를 향한 발걸음

매년 10월 발표되던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의 발간이 2024년 2월로 늦춰졌다.

이유는 미쉐린 가이드 부산 편 발간 일정에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가이드에 등재된 많은 레스토랑 중 유독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2023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1 스타를 받은 '솔밤'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이드 발표가 예정되어 있던 9월 말로 방문일정을 맞추어

발표와 동시에 콘텐츠를 올릴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바뀌며 그 계획이 무산되었다.

미뤄진 발표가 유독 아쉬웠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말한 대로

2 스타 진입이 유력한 곳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왔기 때문이다.


엄태준 셰프님이 이끄는 솔밤은 본인이 유년 시절을 보낸 경북 안동의 지명을 따온 이름이다.

모던 한식이냐 컨템포러리냐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많지만

솔밤의 장르는 '솔밤' 그 자체라 생각된다.

계절마다 다른 제철 재료를 정리해 두고,

제철 재료 중 단백질을 중심에 놓고 제철 채소들을 배치한다.

조리법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 구성한 뒤 텍스쳐와 시각적인 표현을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솔밤의 음식은 국가적 장르적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짙어가는 가을의 초입에 즐겨본 솔밤.

2023년 손에 꼽히는 아름다운 밤을 기록해 본다.

< 솔밤의 룸. 최대 6명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

우린 4명이 룸을 이용했는데 룸과 홀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홀에서는 시그니처 메뉴인 전복 디쉬를 게리동 서비스로 제공한다.

게리동 서비스(gueridon service)는 게리동이라고 불리는 서빙용 카트를

손님의 테이블 옆으로 가져와 카트 위에서 플레이팅을 마무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룸에서는 공간적인 제약 때문에 완성된 디쉬로 서빙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 솔밤의 테이블 세팅 >

솔밤에 방문하면 테이블 위에는 솔밤 팀의 인사와

간단한 소개가 담긴 종이 한 장과 솔방울이 올려져 있다.


“자연의 경외 아래,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통찰을 통해

미식의 경험을 공감각적으로 선물합니다.”


라는 소개글로 솔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전체 식사를 마치고 나면 이 글의 진정성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 날은 일행이 귀한 샴페인 한 병을 가져와

콜키지 요청을 하였고, 별도로 레드 와인 한 병을 추가로 주문해서 전체 코스를 즐겼다.

 

코스가 하나씩 준비되기 시작한다. 워낙 코스가 길다 보니 하나하나 설명하기보단

인상적이었던 디쉬 위주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솔밤에서 제공되는 나무젓가락 >


코스가 시작되기 전 각자 사용할 젓가락을 고를 수 있다. 각기 다른 8가지 나무로 만든 솔밤의 젓가락은 후가공을 솔밤 팀원들이 직접 하여 그 정성이 더욱 느껴진다.


막상 식사 중에 젓가락을 사용할 일은 많지 않지만 식사가 끝나면 각자 사용했던 젓가락을 세척해서

개인적으로 선물해 준다.


집에서 젓가락을 볼 때면 다시 솔밤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특별한 선물이다.



왼쪽부터 <아뮤즈 부쉬 2종> , <캐비어, 단새우, 딜>, <관자, 컬리플라워, 청어알>

아뮤즈 부쉬로 제공되는 요리는 닭간 파테와 전어 요리가 나왔다.

첫 디쉬와 함께 엄태준 셰프님이 오셔서 직접 인사를 건네준다.

특정 테이블만 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모든 테이블에 직접 인사를 건네며 간단한 음식 소개를 해주신다.

이런 세심한 서비스에 소소하게 감동받으며 코스를 시작한다.


코스 전반을 이끄는 메뉴는 무난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단새우 쉬가 밸런스도 좋고 샴페인과 곁들이기 좋았다.

< 메뉴에 사용된 식재료를 눈으로 볼 수 있게 준비해주신 버섯 요리 >

아뮤즈의 전어 요리에 이어 계절감을 느낄 수 있었던 버섯 요리.

가을 버섯과 소고기로 만든 롤에 양지 육수를 곁들여 준다.

소고기와 버섯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씹힌 갓이 완벽한 킥을 보여줬다.

< 금태, 미더덕, 배추, 무 >

다음은 누룩으로 숙성한 금태를 숯불에 구운 요리.


금태 위에 올려진 바삭한 크럼블이 전체적으로 수분이 많은 요리에서 부족한 식감을 완벽하게 채워준다.


금태야 워낙에 맛있는 생선이다 보니 잘 굽기만 해도 맛있는데 쪘다 말렸다를 반복하며 만들어진 배추와 무의 달큰함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이제 다음 요리는 솔밤의 시그니처인 합자장을 이용한 전복 요리 차례.


그런데 매니저님이 오시더니 양해를 구한다며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오늘 준비한 전복의 퀄리티가 셰프님의 기준이 미치지 못해

다른 요리로 대체되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하셨다.

완벽한 조리 상태가 아니면 제공하지 않겠다는 셰프님의 강단에 오히려 신뢰가 갔고,

대체된 디쉬와 함께 셰프님이 한 번 더 상황 설명을 해주시며 다시 한번 양해를 구하셨다.

< 전복을 대신해 준비된 덕자 요리 >

전복을 대신해 준비된 메뉴는 바로 '덕자'였다.

덕자는 큰 병어를 뜻한다.

30cm 이상이 되는 병어를 덕자라고 부른다.

병어의 맛은 계절적 차이보다는 크기의 차이에서 오기 때문에 덕자를 가장 최상으로 친다.

살 맛이 진하진 않지만 워낙 부드럽고 기름져 서양 요리에서도 소스를 곁들인 요리로 많이 이용한다.

우리도 병어를 구워 먹기보단 찜이나 조림으로 해 먹는 것만 봐도 소스의 역할이 중요한 생선이라 할 수 있다.

구운 덕자 위에는 숯불에 구운 한치를 올려 식감의 밸런스를 맞춰주셨다.

곁들여낸 맛깔난 찰보리 리조또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구성을 맞추며 완벽한 한 접시로 완성시켰다.

임기응변으로 준비해 주신 메뉴였는데 일행 모두 만족하며 '오히려 좋아!'를 외쳤다.


초반의 섬세한 맛부터 중반으로 갈수록 직관적인 맛들이 느껴지는 디쉬들이 나오며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만족도를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계산된 구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후반부가 더욱 기대되기 시작했다.

< 클렌저로 나온 포도, 유자 >

메인 요리가 준비되기 전 입가심을 위한 클렌저로 나온 그라니따는 상큼하게 입 안을 정리해 주었다.


첫 번째 메인으로는 메추리 요리가 준비되었다.

메추리에는 트러플과 셀러리악 퓌레, 돼지감자가 곁들여졌다.

메추리 요리 다음 인스타에서 많이 보던 나무 상자가 등장했다.

드디어 진짜 메인 한우 스테이크의 등장.

이렇게 나무 상자가 나오면 영상 촬영을 준비하는 게 좋다.

< 솔밤의 메인 스테이크 한우 안심과 꽃갈빗살 >

담당 서버분께서 설명과 함께 상자를 열면 솔향을 담은 한우 스테이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여주신 스테이크는 다시 주방으로 가져가 플레이팅을 해서 제공해 주신다.


솔밤은 대한민국에서 한우로 가장 유명한 본앤브레드에서 공급받고 있다. 솔밤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위만 받기보단 비인기 부위도 함께 받아 소스를 만들 때 사용하거나 버섯 요리에 함께 사용하는 등 낭비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 설명해 주셨다.


향긋한 솔향과 함께 기분 좋은 기다림이 시작된다.


< 플레이팅 되어 나온 솔밤의 스테이크와 곁들여 나온 여수산 액젓 >

사진의 왼쪽은 한우 안심, 오른쪽은 꽃갈빗살이다.

가니쉬로는 볶은 우엉이 함께 나오고 여수산 액젓에는 솔잎으로 만든 붓이 제공되어

스테이크에 발라가며 먹을 수 있다.


이 스테이크를 먹을 때 상황이 참 재미있었는데 일행 모두 각자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에 한 입 넣자마자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난 특히 꽃갈빗살이 더 인상적이었다.

함께 곁들이는 멸치 액젓도 향이 강하진 않지만 감칠맛이 강해 스테이크 맛을 극대화시켜주었다.

초반부터 점진적으로 올라오던 만족도가 이 한 접시로 절정에 이른다.

배가 부르다며 남으면 나눠주겠다던 일행이 가장 먼저 접시를 싹 비웠다.

스테이크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식사의 마무리를 알리는 국수가 나온다.

우엉과 한우 양지로 육수를 내었다고 하셨는데

이 국수 하나로만 장사를 해도 대박이 날 것 같은 완벽한 한 그릇의 국수였다.


진한 육향과 우엉의 밸런스에 완벽한 간.

불향이 더해진 한우 차돌박이까지 올려져

완벽한 맛을 보여준다.

리필해서 한 그릇 더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제 모든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 타임.

디저트와 다과

프리 디저트로는 귤 셔벗에 요구르트와 오렌지가 곁들여져 상큼하게 메인 디쉬를 입에서 지워주었다.

메인 디저트는 우유와 통카 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위에 구워서 말린 우유 조각이 가니쉬로 나왔는데

메인 디저트도 너무 맛있어서 만족도가 끝까지 이어졌다.

한 입 거리로 제공된 자몽, 쑥, 밀크 초콜릿 다과와 커피로 완벽한 마무리를 하며 감상평을 나누다 보니

셰프님이 다시 오셔서 오늘 식사는 어떠셨는지 물으시며 마무리 인사를 해주셨다.

< 솔밤에서 제공하는 굿바이 기프트 >

모든 코스가 마무리되면 식사에 사용했던 나무젓가락을 포장해서 주셨고,

직접 구운 스콘과 잼까지 함께 챙겨주신다.


영화가 끝나면 화면에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을 생각하며 모든 팀원들의 이름과 셰프님 사인이 담긴

솔밤만의 엔딩 크레딧이 제공된다.

< 솔밤 홈페이지의 직원 인터뷰 >

엄태준 셰프님이 함께하는 팀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고,

QR로 연결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뉴 정보뿐만 아니라 팀원들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이런 사소한 부분이 전체 서비스 과정이나 메뉴 하나하나의 구성에서 느껴져 기승전결이 완벽한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버려지는 식재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함께 하는 동료들 간의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며

가장 기본인 맛과 서비스에도 빈틈이 없는

레스토랑 '솔밤'


한국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이런 감동은 처음이다. 많은 레스토랑들이 브랜딩과 스토리에 힘을 쓰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처럼 진정성 있게 와닿는 곳이 또 있을까?

방문하기 이전부터 유력한 미쉐린 2 스타 후보라는 평가를 들어왔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고 알게 되었다.


'솔밤'은 2 스타를 넘어 3 스타를 향한 발걸음을 이미 시작했다는 것을.

나도 그 여정을 지지하는 한 명의 팬이 되어 그 발걸음을 응원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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