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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May 24. 2024

[서평9]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다이 시지에

스위스 친구가 나에게 독일어로 책을 써보라고 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ㅠㅠ

공부도 될 거고, 같이 하자~. 도와줄게.

망설이는 나에게

어느 중국인이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책을 썼단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프랑스어로...


그 시절에는 파파고도, 구글번역도, Chat GPT도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사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썼다는 게 대단하다며 추천해 줬다.


그 책이 바로 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소녀]이다.


생각보다 얇고 문화 대혁명시대의 일이고 자전소설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모든 것이 나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

1. 문화 대혁명 때 감옥 가거나 처형당한 지식인의 아이들은 시골로 끌려가서 농사일, 탄광일 이런 걸 했구나.

2. 재봉사가 당시 그 동네에서 왕의 대접을 받는다는 것

3. 스물다섯 이전에 법적으로 결혼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

4. 시대가 시대인만큼, 말라리아도 걸리고, 옷에 이도 한무데기 나오고, 찌들리게 가난해서 조약돌을 먹기도 했다는 것.



줄거리를 말하자면

문화혁명 때 반동분자(의사와 같은 지식인)의 아들 "나"와 친구 "뤄"는 산골짜기 깡촌 마을로 재교육을 받으러 끌려간다.

거기서 우연히 [안경잡이] 친구에게 발자크의 소설 “위르쉴 미루에Ursule Mirouët”라는 책 빌려서 읽게 된다.

이 책 내용을 "뤄"가 동네에서 젤 예쁜"바느질 소녀"에게 이야기해 주고 둘은 러브러브사이가 된다.

바느질소녀는 발자크의 책을 오디오 북 마냥 듣고 지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도 훔친 책으로 여러 권 읽어준다.

결국 이 소녀는 남친 뤄를 배신하고 대도시로 떠나게 되고 뤄는 정신이 나가서 모든 책을 불 싸지른다.


이것이 전체적인 내용이다.


이 책에서 내포하는 게 뭘까....


문화 대혁명 때 지식인들이 마오쩌둥에게 반항할 거라는 이유로 처형당하고 책들이 분서갱유당했는데

결국 뤄를 배신한 바느질 소녀처럼 마오쩌둥을 배신할 거라는 게 이유라면

바느질 소녀가 딱 그걸 보여준 셈이다.

지식인이 된 바느질 소녀는 뤄를 배신하고 대도시로 떠난다.

떠나는 이유가 발자크라고 해서 뤄는 엄청나게 분개하고, 정신이 나간 뤄는 책들을 다 태워버린다.


머가 니를 바꿨노?
발작!

선견지명 쩌는 마오쩌둥은 이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배신하기 전에 다 죽이고, 다 태워버린 건가.


사실 지금 한국여자들이 여성인권이 높아져서 "불만"이 많다.

최소 울 엄마세대만 해도 그냥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던 제사니, 집안일이나 애돌보는거니, 시부모를 모시느니

이런 것들이나 유교사상, 봉건주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여자는 "당연히" 저런 걸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나라들도 꽤 많다.


그런데 여성인권이 높아지면서 "내가 왜??" 이렇게 되 버린거다.

한마디로 "바느질 소녀"처럼 눈을 뜨게 된 거고 나도 대도시 가서 공부할 테야! 남자들, 느그들이 뭔데!!? 나보다 잘났어?


신여성이 된 거다. 한국에서도 저런 시대가 있었지... 미니스커트를 입은 신여성이 도래하던 시대...


사실 이걸 남자 입장에서 보면 컨트롤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 패야 맛이 좋아진다"는 염병할 표현이 판치던 시대도 불과 얼마 안 된다.

지금 저딴 소리를 하고 다녀봐라.

개쓰레기로 매장되고 몰매맞고 인터넷에 신상공개되고 난리 날 일이다.


그러나 과연 누군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지식이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문화 대혁명으로 중국의 발전이 20년 이상 퇴보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한국전쟁으로 초토화되고도 10년 만에 고도성장을 이뤄낸 한국은 그럼 뭔가.

한국 전쟁이 없었다면 10년은 더 성장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렇게 보면 그냥 국민성 아닌가?

일본도 버블이후 잃어버린 20년 어쩌고 하는데, 과연 버블이 문제였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이틀정도 이 문제애 대해 생각했고 다음에 독서모임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어졌다.


내용적으로 더 써보자면


뤄랑 나는 다른 책도 읽고 싶어서 [안경잡이]가 원하는 민요할배를 찾아가서 노래가 뭔지 알아낸다.

그 할배의 묘사는... 진짜 리얼 그 자체다.

읽으면서 인상 쓰면서 입에서는 웩! 하면서 읽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묘사를 너무 리얼하게 잘해서 영화 보는 느낌까지 들었다.

중국책 대부분이 묘사가 리얼하다! 아큐정전도 그렇고 라쇼몽도 그렇고 제7일은 또 어떤가...



나는 앞날에 대한 작은 희망이 사람을 그토록 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완전히 돌아버린 사람처럼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며 거들먹거렸다


안경잡이가 이렇게 변한거다.

모르지, 변한 건지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는지는..

암튼 이놈은 그 할배가 부른 민요를 마오쩌둥이 좋아하게끔 아래처럼 개사해서 공안당 인간이 되어 재교육을 끝내게 된다.

하찮은 부르주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뭐지?
프롤레타리아의 흥분한 물결.

할배가 부른 민요는 원래 이거다.


말해봐,
늙어빠진 이가
두려워하는 것은 뭐지?
끓는 물,
끓는 물을 두려워하지.
그럼 젊은 비구니가
두려워하는 것은 뭐지?
늙다리 중을 두려워하지
오직 늙다리 중만.


난 이게 더 맘에 드는디?


암튼 얘네들은 안경잡이가 안빌려줘서 책을 통째로 훔치는데,

이 묘사도 진짜 레알 그 자체다.

진짜 자전적 소설이 아니고서야 쓸 수 없을 정도의 리얼 자체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발자크가 궁금해졌다.

드디어 책장에 먼지 가득 쌓인 [고리오영감]을 읽을 차례가 온 거다.


끝으로 가장 인상에 남은 문장을 적어보겠다.


그 눈물은 한 지식인이 이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경의,
가장 큰 감사의 표시가 아니었을까?


내가 예전에 프라하인가 어디의 한 초롬한 골목에서 바이올린 연주(비발드의 사계)를 듣고 감동에 온몸이 떨려서 혼자 미친 듯이 기립박수 쳤는데,

그때 그 연주자에게 나는 가장 큰 경의, 가장 큰 감사였을까.




잊을뻔 했는데, 유트브로 영화있음. 중국어로 말하고 자막은 영어

https://youtu.be/KUySDK5cpy4?si=6fPObVd3gGuqA8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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