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같아도 이렇게 거지 같을 수 없다.
일전에도 시프트갑질이라고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근무시간을 [11시 30부터 13시] 이런 식으로 시프트를 넣는 거다.
실제로 13시 반쯤 되어 손님이 안오기 시작하면 진짜 할 일이 없어서 이 부분은 이해하기로 했다.
게다가 매니저급이 4명이나 있는데, 손님은 없고 일하는 직원만 많으니 알바시간을 늘릴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끔은 13시까지라고 해놓고 12시 45분쯤에 손님이 슬슬 안오기 시작하면 집에 가라고 한다.
아니 가기 싫다고! 시간 채우고 싶다고! 그나마 적은 시급이 이것 때문에 더 줄잖아!
근대 강제로 가라고 한다.
안 가겠다고 해도 "Nein, Nein, Du musst gehen." (너 가야 해)
고작 한 시간 반 혹은 한 시간을 위해서, 아침부터 애 밥 차려놓고 씻고 준비하고 나왔는데 시간도 안 채우고 가라니?
그런데 11월 시프트를 짜놓은 거 보니 진짜 어이가 없어서 뒤통수부터 스트레스가 확 올라왔다.
9월에는 평일에도 점심때 일하긴 했지만 주 2회 정도였고, 토요일 심야에 일했기 때문에 그냥저냥 할만했는데, 11월 시프트는 헬!! 수준이었다.
화요일 11시 45분부터 13시까지 일하고, 집에 갔다가 저녁 18시부터 다시 와서 22시까지 일한다.
수요일, 목요일 시프트는 고작 1시간 15분이고 (또 손님 안 오면 집에가라고 할 수도..)
금요일은 저녁 18시부터 24시까지인데 다음날 토요일은 21시부터 일하는 시프트다.
시프트 짜놓은 꼬락서니 와따 씨!
거의 매일 출근하고, 우리 애는 점심도 혼자 먹는데, 저녁까지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혼자 있으라고?
18시부터 일하려면 17시 반에는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럼 17시에 저녁 다 만들어놓고 나오라는 말?
뭘 위해서? For what?
근대 더 웃긴 건 한 달동안 일하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고작 60시간도 안된다는 거다.
출근은 매일 하지만 하루에 꼴랑 한 시간씩 일하니까, 희생은 있는데 돈도 안 되는 개떡 같은 시스템.
안 한다! 더럽고 그지 같아서 안 한다!
이렇게 해서 나에게 얻는 거는?
월급이 많기를 하나, 독일어를 제대로 써 먹기를 하나,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는 결론이 100%가 되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메일을 보냈다.
평일은 20시부터 가능하고 주말은 풀로 가능하니 시프트를 바꿔달라.
아니면 그만두겠다.
근대 답장이 없어서 출근해서 메니저에게 (얘 이름도 모른다)다시 말했더니
다른 메니저가 와서 (아니 여기는 메니저가 왜이리 많아..ㅡㅡ;;)
"시프트는 네가 쓴 계약서 토대로 만든 거다."
"나는 크리스티안에게 주중에는 이틀만 가능하고, 토요일은 심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넌 크리스티안에게 말했지만, 나는 못 들었다."
"그럼 내가 일일이 여러 명에게 다 말해야 하는 거였나?"
"그렇지 뭐."
내가 독일어만 더 잘했어도 따지고 싶었다.
"너네들은 일을 이따위로 하냐, 서로 공유해야 하는 거 아니냐? 나는 니 이름도 모른다. 누가 나에게 이래야 한다고 말해 준 적 있나?"
"그리고 어떤 미친 엄마가 한 시간을 위해서 애를 팽개쳐놓고 출근하냐? 너네 나라(알바니아, 코소보)는 그렇게 하는가 보지?"
"이러니 블랙기업이라는거야. 야! 머리가 비었냐? 한 시간을 위해서 희생을 감수하고 출근하는 병신이 있다고?"
하지만 독일어가 안돼서 이런 말 다 못하고 씩씩거리고 있자,
"그럼 다시 계약서 쓰자. 하지만 네가 원하는 시프트는 11월 25일부터 변경해 줄 수 있다."
"지금 당장 변경해야 한다. 안 그러면 나는 일 못한다"
"그건 힘들어"
"그럼 그만둘란다."
"10월에 삼일 남았는데 그때까지만 하겠다고?"
"어."
"오케이, 알겠다."
이래서 10월 말까지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
속이 다 시원한데, 저런 말을 다 못하고 나와서 부글부글한다.
아 독일어 진짜 잘해서 한방 먹여주고 싶다.
이러니 맥도널드는 맨날 일할 사람 없어서 허덕이지.
역시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사람은
버거를 미친 듯이 좋아하거나,
여기 아니면 일할 곳이 없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