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어른이어야 했던 날)
>> 딸의 마음 한 귀퉁이에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이 머물러 있을까..
나는 엄마로서 그 마음을
조심스레 헤아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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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을
생각보다 빨리 배운 것 같아
성인이 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이 너무 빨리
진짜 어른이 되라고 등을 떠미는
느낌이었어
암이라는 단어가
문틈을 타고 새어 나올 때
나는 안에서 무너졌지만
겉으론 무너지지 않으려 애썼어
엄마가 나를 볼 때마다
눈빛을 피하지 않으려 애썼고
울컥하는 순간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봤어
엄마가 내 표정에서
두려움을 읽지 않기를
엄마가 내 떨림에서
자기 탓이라 느끼지 않기를
나는
괜찮아 보이고 싶었어
엄마 앞에서는
끝까지
TV에서
‘엄마를 떠나보낸 아이들’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리모컨을 꼭 쥐고
그 장면을 밀어내고 있었어
사실 나도 몰래
미래를 상상해 봐
엄마 없는 하루,
엄마 목소리 없는 집
그 상상이 너무 무서워서
다시 엄마 얼굴을 봐
그 얼굴은
아직도 내가 아기일 때 보던
햇살 아래의 표정 그대로인데..
나도 알아
엄마가 나 때문에 웃고
나 때문에 참는다는 걸
그래서
오늘도 괜찮은 척 연습해
울음 대신 웃는 법을
걱정 대신 위로하는 법을
그리고
기도처럼 생각해
제발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빠르게
추억이라는 기억이
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