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가에게
안녕 아가야,
여기는 우리가 4박 5일 간 여행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야.
여행을 하며,
또 다른 나라를 경험하며
우리 아가는 무슨 생각을 했니.
엄마는 아기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심장을 세상 밖에 꺼내두는 것‘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여행이었어.
혹여나 다칠세라 가슴이 조마조마했다가
혹여나 아플세라 마음이 무거워졌다가도
아가의 웃음 소리에 그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고 세상이 핑크빛이 되는 걸 매일매일,
아니 1분 1초마다 경험하는 경이로운 여정이었단다.
비행기를 슈웅 타고
또 다른 세상으로 오니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되었을까?
아가에겐 이 여행이 어떻게 기억될까.
실은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좋아.
어디를 여행했는지
여행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잊혀질 수 있겠지만,
지금 너가 느끼는 행복과 즐거움은
네 마음 속에 고스란히 남아
오래오래 너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누군가가 말하길,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위대한 일이라고 하더라.
엄마는 너에게 다양한 세상을
많이많이 보여주고 싶고 경험케 해주고 싶어.
다양한 경험이 너의 세계를 가꾸기 위해
필요한 자양분들을
조금 더 풍부해지도록 해 주리라 믿기 때문이야.
엄마도 엄마의 세계를 넓고 깊게 가꾸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여행이었어.
너가 언제든 필요할 때 들어와
이 곳 저 곳 구경할 수 있도록,
네 삶에 좋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도록,
언제든 힘들고 지칠 때 들어와 편히 쉴 수 있도록.
너에게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주 넓-고, 아주 깊-은 세계를 만들고 있을게.
그리고 가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기가 만든 아기만의 세계에
엄마도 초대 해 주겠니.
그럼 엄마는 더 없이 기쁘고 행복하게
아가가 만든 세계에 놀러갈게.
옆에서 아무 것도 모른채 잠들어 있는 아가야,
잘자렴.
이제 또 한동안 단조롭지만
안정되고 즐거운 일상을 자-알 보내다가
엄마아빠가 준비한 가을겨울 여행들도 잘 다녀보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