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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미 Oct 14. 2023

초보엄마, 덴마크에서 혼이 나다. -2

예방접종 때 의사에게 혼이 났다.  

우는 아기 사진을 함부로 찍지 마. 


어제 15개월 차 예방접종을 하러 ㅇㅇ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덴마크에서는 공기관에서 보내는 거의 모든 공지를 핸드폰 어플로 받는데, 깜박 잊고 있던 아기의 예방접종 리마인더도 핸드폰 알람을 통해 받았다. 아차! 싶었다. 15개월 아기에게 15개월 차 예방접종을 받으라고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싶겠지만, 문제는 엄마인 내가 미리 접종 예약을 잡아놓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덴마크는 병원 방문에 예약이 필수인데, 항상 한두 달 정도의 예약이 차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15개월 예방접종을 17개월에서 나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급히 병원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가 캔슬한 한 주 뒤의 자리가 나있어서 운이 좋게도 (?) 제시간에 받을 수 있었다. 


덴마크 의료시스템은 덴마크인들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처럼 이곳 의료시스템에도 음영이 존재한다. 한 예로, 우리 아기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심한 아토피증상으로 전문의를 만나야 했는데 그러려면 기본 6개월을 대기해야 했다. 아토피가 너무 심해 고생하고 있는 아기를 안고 막막했던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사설 의료 보험이 있으면 상황은 좋아지는데, 아기는 이미 건강이상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제야 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었다. 


매번 병원을 갈 때마다 아이의 첫 예방접종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의 모든 순간들이 새로웠기도 했고, 한국서 첫 손주를 핸드폰으로만 만나시는 양가 부모님들을 위해서 아기의 이모저모를 영상에 담았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너무나도 작은 아기에게 주사라니...! 하지만 이 또한 추억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남편에게 핸드폰을 쥐어주며 의사 선생님께 양해를 구했는데, 바로 돌아온 대답에 순간 말을 잃었었다. 


"우는 아기의 사진을 함부로 찍지 마. 만약 네가 아기라면 이렇게 무섭고 아픈 상황을 맞이했을 때 고통스러워하는 사진을 찍히고 싶을까?" 


맞다. 그러했다. 며칠 전 출산 후 간호사 선생님께 혼났던(?)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물론 아이가 커서 본인이 울고 있는 첫 예방접종 영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기하다며 좋아할 수도 또 별 관심 없이 시큰둥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도 부끄러웠던 이유는, 내 생각과 행동에 아기의 입장이 고려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리 소중한 아기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으니 되도록이면 많은 사진과 영상을 찍고 싶다.라는 생각엔 나의 욕심만 반영이 되었지 아기의 입장은 고려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임신을 하고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한 제일 먼저 한 약속이 있었는데, 그것은 언제라도 아기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랬었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의사 선생님의 그 질문에 스스로가 참 부끄럽고 민망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습관처럼 아기를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초보 엄마를 되돌아보게 하는 덴마크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 


물론 아직도 나와 남편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아기의 소중한 순간들을 담기 위해 핸드폰을 든다. 하지만 출산 직후 겪었던 이 두 개의 에피소드 덕분에 난 아기를 조금 더 나와 개별 된 존재로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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