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tro Diana
1. 로케이션 - 멕시코 과달라하라
콜롬비아와 멕시코사이에 있던 코스타리카 공연이 공연전날 안타깝게 취소되어 버린 관계로 며칠간 콜롬비아에 더 머문 후 멕시코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비행 편 변경으로 공연팀은 비상사태.
전체 팀을 두 팀으로 나눠 비행기를 타게 됐는데
가수, 공연을 미리준비해야 하는 감독님들, 병자들이 포함된 선발대와 그 이외 공연자, 스태프들이 포함된 후발대로 나뉘었다.
선발대는 콜롬비아 보고타->멕시코 멕시코시티->과달라하라로 이어지는 경유 1번에 비행기 2대를 타는 스케줄.
후발대는 콜롬비아 보고타->코스타리카->멕시코시티->과달라하라로 이어지는 경유 2번에 비행기 3대를 타는 스케줄로 몸건강하고 튼튼한 나는 후발대 당첨.
새벽 4시에 콜롬비아에서 출발한 후 저녁 10시쯤 과달라하라에 호텔에 도착한 강행군이었지만 며칠간의 콜롬비아에서의 휴식덕에 체력은 많이 회복된 상태.
이미 가수가 들어간 시간이었지만 공항에는 아직도 많은 팬분들이 기다리시며 후발대를 반겨주셨다.
멕시코팬분들의 엄청난 흥을 보니 내일 공연이 벌써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2. 공연장 - Teatro Diana
남미에서 이제껏 공연한 공연장들과 다르게 우리에게 익숙한 느낌이 물씬 나는 홀 공연장이다.
관객석은 정면과 양옆 벽에까지 좌석 있어서 팬분들이 삼면을 둘러싸고 계신다.
2층으로 올라오면 대기실, 공연장이 있다.
밴드대기실, 가수 대기실 모두 한국이나 일본에서 자주 보는 스타일이다.
도시락은 한식도시락.
잡채와 불고기를 준비해 주셨다.
3. 공연
-리허설
사실 어제 후발대가 가지고 오던 악기장비가 항공사의 잘못으로 분실되었는데, 하필 못 온 캐리어 두 개가 하나는 가수의 무선마이크 송수신기, 하나는 멤버 모두가 사용하는 퍼스널믹서들이었다.
현지 마이크를 빌려 사용하고, 모니터용 믹서를 무대옆에 따로 두고 감독님들 중 누군가가 전담으로 모니터 감독님을 해주시는 대안까지 생각하고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잃어버린 장비들이 공연 당일 3시에 공연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라인과 전기문제로 4시 가까이 되도록 리허설을 시작도 못하는 상황.
플레이백 테크 V와 무대담당의 T감독이 현지스태프들과 내도록 전쟁 중이다.
일단 현장 전기가 너무 불안하고 현지 팀들이 가져온 라인이 쓸 수 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을 세 번 네 번씩 이야기하고 반복해야 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의 시간..
겨우겨우 힘든 싸움을 마치고 소리를 내는데 맙소사. 전기 문제인지 베이스기타에서 잡음이 너무 심하다.
남들보다 내 소리를 더 크게 듣는 나는 머리가 아플 지경.
무슨 짓을 해봐도 해결이 안 나서, 이제 남은 건 볼륨페달을 안 쓰고 다이렉트로 D.I로 소리를 뽑는 방법뿐인데 그렇게 하면 튜너도 사용을 할 수가 없는 상황.
공연 중에 튜닝을 한 번도 안 할 수는 없는데… 하고 고민하는데 V가 마지막 방법으로 110V의 전기를 220으로 바꾼 트랜스가 문제일수 있으니 그냥 내 기계세팅을 바꿔서 110V 그대로 사용해 보면 어떻겠냐는 해결방안을 줘서 110V로 그대로 꽂아 봤더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휴우….
그거 외엔 (?) 순조롭게…. 리허설을 마쳤다.
-파이팅의 시간
오늘의 기도는 기타 E!
짧고 간결하게 힘을 불어넣는 파이팅의 시간
-공연
오늘 공연은 뜨겁디 뜨겁다.
남미 다른 지역에서도 물론 마찬가지였지만 오늘은 유독 뜨겁다.
인이어를 뚫고 들어오는 함성과 팬분들의 춤사위.
멤버들도 며칠간의 휴식으로 컨디션이 좋아서 다들 기합이 바짝 들어있다.
한참 공연을 즐겁게 진행하던 중
(리허설 때부터 전파가 불안했었는데) 가수의 마이크가 갑자기 끊겼다.
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우리의 가수는 당황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기타 E의 코러스 마이크를 뽑아서 노래를 이어 부른다.
노래를 부르는 사이 마이크문제를 해결했다고 무대뒤에서 신호가 온다.
하지만 오늘은 사고는 불행히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I’m a million을 연주 중 갑자기 귀에서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응? 내 인이어가 문제가 있나?’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멤버들의 놀란 표정이 다들 똑같다.
일단 그렇다고 연주를 멈출 수는 없으니 이어폰밖으로 들리는 드럼소리와 저 멀리 객석에 나오는 음악에 의지해 일단 한 곡을 끝내고, 무대 뒤에서 상황을 해결해 줄 때까지 시간을 끌어본다.
기타 J가 간단한 리프를 연주해 주길래 다들 따라붙었다. 리듬은 점점 흥겨워지고 가수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무대 위의 연주자나 스태프들은 당황했을지 몰라도 관객들은 오랜만에 가수의 춤까지 볼 수 있게 돼서 오히려 럭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밴드들도 가수도, 팬들도 잠시 흥겹게 노는 사이 모니터가 돌아왔다.
흥겨운 분위기 인 채로 다음곡을 바로 시작했다.
아무 일 없이 공연이 잘 시작되고 잘 끝나야 하지만, 언제든 무대 위에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해결된다.
이미 사고가 일어났을 때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프로답게 자연스럽게 해결되느냐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선 사람들은 무대 뒤의 사람들을 믿고 공연을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시간을 벌고 누군가는 또 문제를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고. 그렇게 공연하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힘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무대 위의 6명과 무대뒤의 더 많은 스태프들 그리고 관객들까지 다 함께 각자의 역할을 해내어서 공연이라는 커다란 꽃을 피워내는 일이 바로 우리의 일이다.
그 모양이 가끔은 동그란 날도, 네모인 날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를 멋지게 잘! 만들어 냈으니까.
다들 고생이 많았고, 오늘도 잘 해냈다.
이제 남은 공연은 앞으로 3회.
길고 긴 남미 투어가 이제 종반부에 접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