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치카와 스테이지 가든
1. 오늘의 로케이션- 도쿄 타치카와
2022년 연말 팬미팅 후 9개월 만의 도쿄 타치카와.
도쿄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도시로
관광지가 아닌 탓에 길을 걸어 다니다 보면 우리만 여행자인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주민친화적인 맛집이 많은 편.
미디어를 통해 가지고 있을 법한 일본의 음식점 또는 술집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가게들이 많고,
동네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와 술을 즐기러 가게에 가득가득 차 있다.
주말저녁 타치카와 역에서 우리가 묵었던 호텔로 돌아오던 길가에 작은 라이브바에선 공연도 열리고 있었다.
돈키호테부터 유니클로, 무인양품부터 이세탄백화점까지 정말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리고 낭만이 있는 도시.
2. 오늘의 공연장 - 타치카와 스테이지 가든
-무대뒤 이모저모
작년 공연 때도 느꼈지만,
다른 공연장들에 비해서 조금 아담한 편이지만
3층으로 나눠진 관객석이 ㄷ자 형태인 공연장으로
무대에서 보이는 관객 뷰도 예쁘고, 사운드가 좋은 편.
스태프들의 대체적인 평도 그렇고, 리허설 중 나가서
사운드를 체크해 보면 우와~ 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음향이 듣기 편하고 선명하다.
(물론 일본음향팀의 믿고 맡길 수 있는
실력도 한몫하겠지만..)
공연장은 1층 대기실은 2층.
입식스타일의 대기실로 일단 깨끗하고, 깨끗하다.
-공연장의 식사
공연장식사는 역시 케이터링.
한식위주의 식사로 오늘의 메뉴는 비빔밥.
공연 당일에는 여러모로 예민해지는 탓에 최근 1년가량은 공연장에서 식사는 거의 하지 않고 있지만,
메뉴 확인은 착실하게 하는 편이다.
**공연장식사는 보통 배식하는 종류의 케이터링으로 준비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한국에서 온 공연팀이라 그런지, 한식으로 준비되는 경우가 99.9퍼센트.
일본공연 케이터링엔 신라면은 보통무조건 세트로 놓여있고, 센스 있는 팀들은 고추장도 따로 준비해 줄 때도 있다.
공연 전에 배탈이 나는 경우가 없도록, 날음식은 거의 없고
음식은 굽거나 튀긴 것, 끓인 요리들 중심.
맛도 영양도 훌륭하게 준비해 주시곤 한다.
일본 스태프들 식사하는 도시락을 아예 따로 일식으로 준비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번 같은 단발성 공연 이외에, 일본전역을 도는 투어의 경우엔 지역특산이나 유명한 음식점들이 [사시이레]라는 명목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히로시마에 가면 오코노미야키가 포장되어 간식으로 놓여있다던가 , 오사카의 경우엔 유명만두체인인
551호라이가 출장나왔던 적도 있었다.
3. 오늘의 공연 -리허설
-대망의 리허설시간.
일본공연을 자주 해도 해외공연은 늘 언어소통의 어려움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밴드 세션들 옆에도, 음향 스탭 옆에도 통역가들이 꼭 붙어있다.
그래서 리허설 때 무대 위에는 공연자, 통역, 음향팀, 악기팀, 연출팀까지 해서 적을 때도 이십 명 이상의 사람들이
복작복작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23년 3월 공연 때 신세를 졌던 일본인 악기팀 스탭 A가 이번공연에 다시 함께하게 되었다고,
미리 연락을 받아서 작은 선물을 준비해 갔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대기 중에, 약 4년 전 다른 투어 때 함께했던 스탭 B가 오랜만에 우리 현장에 왔는지
대기실에 인사를 와줘서 오래간만에 반가운 만남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렇듯 한 번이라도 우리 현장에 와줬던 스태프들이 다시 와주는 경우엔 원하는 세팅이나,
취향을 기억하고 일을 진행해 주는 덕분에 일이
몇 배는 수월 해진다.
공연을 주관하는 회사에 따라서 공연팀이나
스탭이 바뀌는 경우가 자주 있기는 하지만,
일본투어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공연을 맡아서 진행하는 음향이나 악기회사는 몇 군데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전에 함께했던 스태프분들이 다시 와주는 경우들이 꽤 자주 있다.
-새로운 장비
내가 다니는 공연은 특성상 연주자들도 무대 위에서 이동이 많은 탓에 연주도 무선, 모니터링도 무선으로 진행한다.
대체로 공연장에 가면 모니터링용 믹서를( 사진 왼쪽의 하얀 기계. 각자 필요한 만큼 보컬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하고 기타 소리, 또는 반주소리, 메트로놈소리까지 전부 따로따로 올리기도 내리기도 소리를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보내면서 본인취향에 맞는 사운드를 들으면서 연주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
우리는 늘 Aviom이나, Begringer라는 기업의 믹서를 사용하는데
이번 공연 때는 일본팀에서 우리가 보낸 악기 테크라이더(공연 때 이러저러한 악기나 기자재를 사용할 테니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는 요청서)를 보고
Aviom 말고 Klang을 사용하는 건 어떻겠냐고 피드백이 왔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도 Klang을 많이 이용하는 추세이기도 하다고 하고
이전 한국공연 때 Klang을 한번 사용해 봤을 때의 기억이 좋았던 탓에 기쁜 마음으로 오케이를 했는데,
그 탓에 순조로울 줄 알았던 오디션 시간은 멘붕의 시간이 되었다.
이전 한국에서 사용했던 Klang 시스템은 터치 패드로 조절할 수 있었고 당시 한국인 엔지니어분이 전부 완벽하게 세팅해 주셨던 덕에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믹서형태의 새로운 기계와 이전에 사용하던 다른 시스템과는 너무 다른 기능에 모두가 여기저기서 sos를 외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기계의 너무 다양한 기능이 오히려 독이 된 상황이었다.)
그래도 준비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결론적으로는 정말 훌륭한 시스템덕에 기분 좋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파이팅의 시간
리허설이 끝난 후 본공연까지 남은 시간 동안은 헤어, 메이크업의 시간.
세션멤버가 5명이나 되는 터라 여자멤버 2인을 먼저 헤어메이크업을 한 뒤
남은 시간을 3명의 남자멤버가 나눠 쓰는 편.
6시 공연이라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시간 남짓.
(첫 공연이라 리허설이 길어질게 분명하고, 그 후 헤어케이크업 시간이 부족할게 분명해서 아침 일찍 현장에 들어오자마자 리허설 전에 여자멤버들 메이크업이라도 받아뒀던 게 신의 한 수.)
여유 있게 저녁식사도 하고 , 마음의 준비도 하다 보면 어느새 공연 10분 전.
10분 전이 되면 멤버들, 가수까지 모여서 공연이 잘 끝나기를 바라는 파이팅과 기도의 시간.
2015년 지금의 밴드 멤버구성으로 시작하게 된 첫 투어 첫 공연 때부터 '오늘 실수 없이 잘할 수 있기'를 하는 마음으로 밴드멤버들끼리 모여서 진행했었는데, 그 투어중반부터는 가수 본인도 함께 진행하게 되었고, 8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다 보니 당연한 공연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당시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디브이디에서 콘서트 전 모든 공연팀이 함께 손을 잡고 공연성공을 위해서 마음을 모아 기도하던 장면을 감명 깊게 보고 처음시작했었던 것 같다.)
파이팅을 주도하는 사람은 그때그때 정해지는데
오늘은 월드투어 첫 공연이니까 가수가 직접 진행했다.
(보통 첫 공연이나 마지막공연은 꼭 가수본인에게 진행을 밀어붙이는 편.. ㅎㅎ )
어깨동무를 하고 동그랗게 모여서 그날 담당자가 대표로 기도를 한 후, 짧은 응원 멘트,
그리고 마지막은 다 같이 파이팅으로 마무리.
그리고 나면 1,2분 정도 남은 공연 입장 전 마지막 눈인사로 서로를 응원후 무대로 입장하는 수순이다.
-공연
보통의 공연은 중간중간 멘트도 있고 쉬어가는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이번 공연은 18번째 곡까지 멘트 한번 없이 VCR과 음악만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이번이 투어의 첫 공연인 탓에
곡변경부터 악기교체부터, 모든 게 긴장의 연속.
18번째 곡이 끝나고 첫 멘트가 나올 때 팬들의 박수와 함께
연주자들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멘트 없이 쭉 진행되는 콘서트의 특성상, 관객들이 지루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관객들의 표정을 보니 공연을 몰입해서 잘 즐기고 계시는 듯해서 또 한 번 안심.
10여 년이 넘도록 하고 있는 일이지만 공연 전, 첫곡의 처음을 연주할 때는 아직도 긴장이 된다.
두세 곡 정도 지나서 관객분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비로소 긴장이 풀리면서
첫 웃음이 나오곤 한다.
오늘의 공연도 무사히 마치게 하심에 감사를 드리며.
내일도 또 누군가의 앞에서 웃으면서 공연할 수 있기를.
이제 다음공연은 10월 오사카.
그 뒤로는 한 달에 가까운 남미투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