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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8 볼리비아 라파스

Culturas y de la Madre Tierra Park


1. 로케이션-볼리비아 라파스(Culturas y de la Madre Tierra Park)



하늘의 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해발 4000미터의 도시 라파스. 누군가는 평생에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이곳에 우리는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인 엘 알토 공항에 내려서 도심으로 내려오다 보면

거대한 산에 집들이 빼곡하다.


가만히만 서있어도 온몸에서 중력이 느껴진다.

숨쉬기가 가쁘고 편두통이 온다.


엘알토 공항을 기준으로 밑으로 많이 내려올수록 부촌이라고 하는데, 작년 투어 때 중간지역 공연장 가까운 숙소를 잡았다가, 해발 고도가 높은 탓에 너무 많은 인원이 고산병으로 고생해서 이번에는 공연장은 중간지역, 호텔은 좀 더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잡아 주셨다.


우리는 늘 새벽비행기로 도착했었어서 낮에 보는 엘알토부터 시내로 내려가는 풍경이 또 새로웠다.


눈에 보이는 압도적인 풍경이 사진에는 10분의 1도 담기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2. 공연장



11월의 라파스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많이 춥고 바람도 많이 분다.

그런데.. 세상에 공연장이 야외다.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잠시 안전문제로 대기해 달라고 해서 왜인가 했더니 보통 야외 공연장에는 바람이 불걸 대비해 공기가 잘 통하는 재질의 천으로 가림막을 써야 하는데, 현지공연장의 가림막이 바람이 전혀 통과 못하는 재질이라 세워둔 철재가 넘어가면서 큰 사고가 날뻔했단다.

LED 화면이나, 스피커 조명등이 넘어져서 사고가 나기 전에 다시 고정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대기실은 2층에 위치한 방으로 ㄱ자 형태의 커다란 방을 가수와 밴드가 다 함께 사용했다.


식사는 어제 삼겹살을 맛있게 먹은 한식집에서 곰탕과 김밥등을 준비해 주셔서 공연 전 따뜻하게 배를 채우고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다.



3. 공연

-리허설

오늘은 전날부터 감독님들이 오셔서 세팅하시고  고군분투해 주신 덕에 리허설에 큰 문제가 없겠지? 하면서 악기사운드체크를 하러 무대에 올라갔는데.. 오늘은 내 장비가 문제다.

퍼즈부터 두대나 가져온 프리앰프까지 전부 죽었다.

남미 현지에서도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하고 싶어서 무거워도 욕심내서 전부 들고 온 건데 공연을 두 번밖에 못했는데 전부 고장이 나버리다니.. 울고 싶다.

그나마 목숨을 반만 유지하고 있는 칼리 76 컴프와 볼륨페달, 튜너만 이용해서 공연을 했다.


나의 장비이슈 이외에는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공연 리허설 관람 이벤트가 있어서 팬들이 들어오셨을 때는 이미 리허설이 끝나버려서 공연곡들과 공연에 없는 곡들을 어쿠스틱버전으로 몇 곡 연주했다.




-파이팅의 시간

고산지대의 공연은 평지에서 보다 수배는 힘들다.

멤버들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타 멤버 E는 극심한 두통과 소화불량상태, 드럼멤버 M은 산소부족, 미세스 고산병으로 불리는 건반멤버 B는 늘 그렇듯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고 가수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입술이 보라색에 가깝다.)

오늘은 더더욱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날.

산소부족의 드럼 M이 기도를 했다.

숨이 찬 기도를 끝내고 오늘도 잘하자 하며 힘찬 파이팅으로 드디어 공연시작.

 


-공연


나의 이번 공연의상은 전부 배를 내놓는 옷들인데

추울걸 각오는 했지만 도저히 배를 내놓고 연주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의상들 중 가장 따뜻한 옷을 입고, 위아래 히트텍도 챙겨 입고 무대에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너무 춥다.

바람이 불고 손이 얼고 잠시라도 틈이 있으면 온몸이 달달달 떨려온다. 이대로면 공연중반에 연주가 화려한 곡들은 못 칠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그때 스태프분들이 따뜻한 물을 넣은 물통을 가져다주셔서 핫팩대용으로 손을 계속 녹이면서 연주할 수 있었다.

고마우신 분들.

이렇게 공연은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로 만들어진다.


늘 실내에서만 연주했어서 그런가 야외에서 팬분들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비현실 적이다.

게임이나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법한 산과 마을의 불빛들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음악과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눈빛.

너무너무 힘들지만 그만큼 늘 마음속 깊이 남는 나라 볼리비아.


다들 아파서 걱정을 했는데 세상에 무대를 시작하니 다들 훨훨 날아다닌다.

중간중간 산소를 공급받으면서도 프로답게 무대를 뛰어다니는 우리 멤버들.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멋지다.


큰 사고 없이 잘 진행되게 하심에 또다시 한번 큰 감사를.

오늘도 공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늘도..

띠아모 무차스 그라시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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