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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당한 빈틈 Dec 04. 2023

새벽 4시가 나에게 완벽했던 이유

나의 일과는  빠르면 6시 늦어도 7시에는 시작이 된다. 밖에서 일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동절기 하절기로 나뉘며 축사에 나가는 시간은 약간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한우를 사육하는  우리 부부의 하루는 매번 비슷하게 시작한다. 소들의 안부를 살피고 밥도 주고, 보송보송 귀요운 송아지들에게는 사심도 듬뿍 담아 케어를 한다. (이런 애정표현에 익숙한 송아지들은 다 큰 소가 돼서도 여전히 자기가 귀요미 송아지라 생각하고 나에게 장난을 치기도 한다. 그럴 땐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안 그러면 힘 조절 못하는 귀요미들이 나를 어디까지 날려 보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ㅎ) 

요즘 사심을 듬뿍 담아 케어하는 송아지 1

 



그렇게 소들과 울고 웃는 아침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오전 9시가 훌쩍 넘어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축사에 부족한 먹이를 채우고, 축사 내부 청소등을 하고 나면 금세 오후 소밥을 줘야 하는 시간이 돌아온다. 나름 우리 부부가 말하는 운이 좋은 날은 추가 업무 없이 반복되는 업무만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다. 


 하지만 200두 가까운 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발정 증상이 있는 암소들이 수시로 눈에 띈다. 또, 송아지들의 컨디션이 안 좋을 경우는 야근도 각오하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거기다 암소가 난산(출산 시 문제가) 생길 경우는 새벽 1시에도 뛰어 나가야 하는 5분 대기조도 마다할 수 없다. 


 그래도 보통 저녁 6시쯤 기분 좋은 퇴근을 한다. 하지만, 내가 엄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나도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처럼 퇴근 후 다시 집으로 육아 출근을 해야 한다 것. 물론 지금이야 9살이 다 된 남자아이와 하루 종일 붙어 놀아줄 일은 없지만, 구구단을 함께 외워줘야 하는 서로에게 다소 지루한 육아를 하고 있다. 







 저녁 8시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씻고 나면... 정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고단한 몸을 한 내 눈에는 침대만 보일 뿐. 그냥 빨리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싶다. 


 그럼... 책은 언제 읽지....? 책은 읽고 싶은데... 읽어야 할 책도 있는데.... 


 하지만 무거운 눈꺼풀은 이겨낼 장사가 없다. 천하장사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눈꺼풀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결국 눈꺼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어간다. 그럼 도대체 책은 언제 읽지...? 






 아무리 생각해도 매일 똑같이 쓸 수 있는 시간은 새벽뿐이라는 결론이다. 아무리 낮에 바빠도 독서를 시작하고 일을 할 수 있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새벽에 글을 쓰고 시작할 수 있는 새벽 루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서 흔히 나오는 새벽 5시, 6시는 내가 일을 하러 나가기 직전에 시간이라 막상 앉아서 명상을 하고 나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최소 2시간은 확보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4시뿐.


 새벽 4시에 일어나면 멋져 보이니까.라는 생각은 없다. 단지 그날 해내고 싶은 성장 업무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하고자 했을 뿐이다. 


내가 새벽 4시에 일어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탄하며 이야기한다. '하루를 정말 길고 알차게 쓰시네요!' 


살짝 반전을 이야기하자면, 내 하루는 남들보다 일찍 마무리가 된다. 그 말은 내가 특별히 남들보다 하루를 길게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의 사용방법은 사람마다 혹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마다 다르게 사용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오후 8시에도 하루를 마감한다. ㅋㅋㅋ




물론 고요한 새벽 시간의 매력은 경험해 보지 못하면 느낄 수 없을 만큼 엄청나지만, 이런 새벽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늦은 밤 시간은 양보해야 한다는 걸 절대 잊으면 안 된다. 


 그러다 문득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는 학원 강사님들은 미라클 모닝을 못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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