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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향기 Jun 26. 2024

엄마의 고민

잔소리를 할까 말까

 오늘 아침 걱정이 몰려와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일들, 앞으로 잘 못할 것 같은 일들이 생각 나서다. 집을 이사하려면 미리미리 짐도 정리하고 청소도 해 놓아야 하는데, 정리와 청소를 생각하니 부담스럽다. 카페인을 쨍하게 섭취하고 분노의 힘도 좀 사용해서 미친 듯이 해야 가능할 일이다. 나에겐. 


 보통 남자들은 자기 공간을 잘 정리하고 여자들이 오히려 어지럽히는 편인 것 같다. 나와 남편만 보아도 그렇다. 우리 딸들과 아들내미의 방을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아들내미는 주로 거실 컴퓨터 앞에 있어서 그런지 방이 별로 지저분하지 않은데, 딸들의 방은 어지럽다. 큰 딸은 옷가지들이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고, 둘째 딸은 화장품으로 책상이 가득하다. 바닥엔 기다란 머리카락들이...


 하지만 나는 절대로 청소해 주지 않는다. 남편은 다르다. 남편은 애타하고 때로는 청소해 주기도 하고 생색도 낸다. 그리고 나한테 딸들 방이 엉망이라고 잔소리도 하고. 그런데 나는 보통의 여자라 그런지(보통 이하일 수도 있다..) 어지럽혀진 방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와 함께 방을 썼던 나의 여동생이 나 때문에 무척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여동생은 깔끔한 편이고, 나는 안 그랬기 때문에, 여동생이 항상 불만이었다. 나는 청소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 할 것만 했다. 말도 안 통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언니가 얼마나 미웠을까. 그런데 그때는 여동생의 마음이 하나도 안 보였고, 이해도 안 되었다. 지금은 남편이 딱 여동생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결혼 후에 비로소 여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었는지도. 


 얼마 전부터 인터넷으로부터의 해방 시간을 가지고, 잔소리를 좀 했더니 아들내미는 영 싫은 모양이다. 당연한 거지만. 그래서 어쩔까 싶다. 그냥 확 내버려 둬 버릴까. 나는 미래에 어느 쪽을 더 후회하게 될까? 가만히 내버려 둔 쪽? 아니면 지금처럼 찔끔찔끔 간섭하는 쪽? 


 확 내버려 두자니 불안하고, 간섭하고 있으니 아무 효과 없이 사이만 나빠지는 느낌이다. 부모 역할은 너무 어렵다. 이미 6학년인데, 그리고 자기 휴대폰이 주어진 초3.


 이 귀엽고 예쁜 아이들이 인생을 잘 살아가려면 지혜가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여기서 뭘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걸까. 그냥 사랑만 해 주어도 될까. 하긴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큰 차이가 있겠나. 큰 차이는 이미 결정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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