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와 인류학자 폴 래비나우의 대담집을 읽고 있다. 푸코가 직접 자기 입으로 '나는 니체주의자'라고 고백하는 장면을 만났다.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 <감시와 처벌> 등에서 푸코가 철학하는 방식은 계보학이다. "광기는 시대별로 어떻게 다루어졌나?" 이 질문이 <광기의 역사>가 됐고, "말과 사물은 시대별로 어떤 관계였나?" 이 질문은 <말과 사물>이 됐다.
계보학의 원조는 니체다. 니체의 주저 제목은 <도덕의 계보>다. 이 책은 "도덕은 시대별로 어떻게 다루어졌나?"라는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푸코는 이 방식을 가져와 자신의 작업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푸코의 주저 중 하나인 <감시와 처벌>의 부제는 <감옥의 탄생>이다. 이는 니체의 첫 작품 <비극의 탄생>에 바치는 오마주다.
방법론뿐만이 아니라 큰 틀 자체에서 푸코는 니체적으로 사고한다. 줄로 그은 단락 바로 위에서 푸코는 '둘 사이에 어느 한 편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뜻이냐'는 래비나우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푸코는 플라톤부터 이어진 이항대립 구도 안에서 철학을 하지 않는다. 레이냐, 아스카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이 질문에 미사토와 마야, 리츠코는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다.
'진리가 있느냐 묻는 자에게 그걸 왜 묻냐고 되물어라'라고 말하는 니체처럼, 푸코는 이항대립 구도를 파괴하고 다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앞으로 푸코가 니체주의자라는 것을 얘기할 때 인용할 텍스트를 찾았다... 는 얘기를 쓰려고 했을 뿐인데 뭐야, 왜 이렇게 길어졌어.
언젠가는 니체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은 멀리 떠나왔지만, 나의 위로였던, 여정의 시작점이었던 그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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