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클럽장으로 있는 독서모임 [인생에 보탬에 안되지만]의 오랜 멤버이면서, 공연 기획자이자 아트디렉터인 양민정님이 곧 프랑스로 출국한다. 미술과 철학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하신다. [보탬] 몇몇 멤버들이 모여 조촐한 환송회를 열었다.
나는 예술을 (중의적인 의미에서) 글로만 배웠다. 나는 문학 외의 예술은 그저 책으로 배웠다. 카텔란의 바나나가 왜 포스트모던에 속하는 예술인지 글로 설명할 수 있지만(설명한 적도 있지만), 그 바나나를 보러 미술관에 가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게 민정님의 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니체가 <비극의 탄생>에서 음악과 공연이 어우러진 그리스 비극을 최고의 예술로 꼽은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의 글이 아니라, 공연 [여섯 개의 불가능]을 통해 내 안에서 완성되었다. 나는 내 발로 미술관에 가기 시작했다. 나는 다음 달에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을 보러 상하이에 간다.
민정님을 송별하며 좀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예술이 내게 오기 전에, 내가 먼저 예술에 다가가게 해 주신 분께, 내가 예술을 글로만 알던 때, 그걸 손에 넣고 싶었지만 만족하지는 못했던 시절에 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최선이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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